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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깨우침… 교황, 메마른 사회를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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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희망 유족에 이틀 만에 거행… 고통받는 이에 마음 가면 바로 행동
꽃동네 장애인에게 존엄성 찾을 수 있는 근본해법 제시… 리더십 비결은 공감
아픈 이를 만나면 아파했다. 장애인 앞에선 의자를 마다했다. 청년들에겐 준비한 원고를 밀치고 격의 없이 얘기했다. 아기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입맞춤으로 축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인 ‘눈높이 치유’다. 그의 몸짓을 중계화면으로 지켜보기만 해도 위안을 받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대하는 교황이었다. 교황은 16일 시복식 전 광화문 광장에서 행진 중 유가족들을 보고 무개차에서 내렸다. 단식농성으로 까맣게 그을리고 마른 김영오(47)씨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건넨 편지는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다. 세례를 받고 싶다는 유가족 이호진(56)씨에게는 이틀 만에 세례성사를 거행했다. 전례나 격식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유족이 전한 노란리본은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렸다.
칼럼니스트이자 심리기획자인 이명수씨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가족은 가장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위로하는 교황을 바라보면서 국민이 위안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교황은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씨는 “교황의 빠른 반응은 바로 내가 당신의 얘기를 충분히 알아들었고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상징한다”고 말했다. 교황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고통 받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마음이 열리면 그때의 마음에 따라 바로 행동한다”고 교황의 진정성을 설명했다.
늘 상대의 편에 서는 교황의 소통법도 귀감이 된다. 교황이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평신도사도직들 앞에서 한 연설의 한 토막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인간 증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빈자에게 그저 먹을 것을 줄 게 아니라 노동을 통해 스스로 존엄성을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가난한 이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교황은 알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또 장애인들이 사는 공간에 들어갈 때는 주저 않고 신발을 벗었고, 의자에 앉으라는 권유는 거듭 뿌리쳤다. 장애아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대신 그들을 일일이 껴안았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교황에게서 높고 높은 산정의 고립된 옹달샘이 아니라 낮고 낮은 곳으로 흘러 모두를 받아들이는 바다 같은 리더십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런 치유의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에서 아시아 주교단을 만나 한 연설에서 비결을 귀띔했다.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은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냅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일정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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