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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분단·순교의 땅에서 치유의 손길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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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오늘 방한, 세월호 유족·생존자 위로하고
위안부 피해자·해고노동자 등 만나… 트위터에 "여정 시작" 한글로 인사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14일 한국에 온다.
역대 교황의 방문은 곧 치유를 의미했다. 교황 중 처음으로 1984년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는 광주를 보듬었다. 5ㆍ18 민주화운동의 피가 물든 금남로를 돈 뒤 무등경기장 미사에서 상처와 화해를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한에서 치유의 손길을 내밀 이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생존학생이다. 교황은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세태를 비판하고 사람 중심 사회를 강조해왔다. 세월호 참사는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이 철저히 무시된 사회 구조가 빚은 비극이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 아르헨티나의 크로마뇽 화재 참사 추모 미사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더 울 필요가 있다. 더는 여기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가 세월호의 눈물을 어떻게 어루만질까.
거리의 아픔과 함께 해온 그는 방한 기간 중 집전하는 시복식과 미사를 통해 상처를 간직한 우리 사회의 또다른 이웃과도 마주한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이주노동자, 새터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이 그들이다. 한반도 역시 치유의 기적이 필요한 땅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교황은 기도할 것이다.
신앙의 신념을 지키다 참형을 당한 한국의 순교자 124인을 교황이 직접 복자ㆍ복녀로 선포하는 시복식도 의미가 크다. 조선시대 천주교는 특히 하대 받던 천민, 백정, 여성이 자신의 존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교황의 시복식 집전은 그들의 피를 영광으로 승화시키는 의미가 있다.
물론 교황이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되레 우리 사회에 여러 질문만을 던지고 떠날지도 모른다. 그의 방한을 한번의 이벤트가 아닌 의미 있는 전환의 계기로 만드는 건 남은 자들의 몫이다. 가톨릭 신자이자 역사학자인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의 주인은 우리”라며 “우리가 할 일은 교황이 전하고자 하는 좋은 가치를 찾아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브라질, 올해 5월 중동지역에 이어 한국을 세 번째 순방지로 택한 교황은 14일부터 4박5일간 한국에 머문 뒤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 트위터에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라는 인사글을 한글로 올렸다. 이 글은 2시간여 만에 수천 건 리트윗되고 1,000여건 정도 관심 글로 지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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