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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동성애자에 손 내밀고 무슬림 발 씻기고…

입력
2014.08.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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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차 운전하는 것도 처음… 신도·사제에 개혁의 동기 부여

지난 7월 3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이 속한 예수회를 방문해 동료 신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3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이 속한 예수회를 방문해 동료 신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많은 최초의 교황(A pope of many firsts)’

언론이 붙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별명 중 하나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유달리 많이 몰고 다니는 덕분이다.

출신에 붙은 최초만 해도 여럿.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 ‘전임 교황의 자진 사임으로 선출된 근대 최초의 교황’이 그것이다.

그가 자신의 의지로 행한 결정에도 줄줄이 ‘최초’가 따라 붙는다. 처음으로 ‘성인 프란치스코’를 딴 교황명을 썼고 선출 소식을 트위터(@pontifex)로 알린 것도 첫 사례다. 게다가 그는 직접 운전하는 최초의 교황이다. 바티칸 내에서 기사가 딸린 교황 전용 차량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니라 포드의 1,600㏄급 준중형 포커스를 몰고 통근하는 걸로 유명하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덕분에 교황청의 경호원들은 곤혹스러워한다. 지난해 9월에는 이탈리아의 렌초 초카 신부에게서 출고된 지 20년 된 소형차를 선물 받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그 자리에서 직접 운전한 일도 있다.

가톨릭 지도자로서 차별 없는 축복도 이전에 없던 ‘뉴스’였다. 지난해 성 목요일의 세족례가 대표적이다. 성 목요일 교황의 세족례는 예수가 열두 제자의 발을 직접 씻고 닦은 뒤 최후의 만찬을 나눈 데서 유래한다. 교황들은 매년 최후의 만찬을 기리는 성 목요일에 가톨릭 사제 12명의 발을 씻겼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달랐다. 교황은 지난해 3월 28일 로마의 카살 델 마르모 소년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문신을 새긴 발, 검은 발, 흰 발 아래 무릎 꿇고 앉아 정성스레 발을 씻긴 뒤 발에 입 맞추고 눈도 맞추었다. 소년원의 청소년들은 가난한 이민자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청소년들이 언론에 노출될 것을 걱정해 취재를 허락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교황이 발을 씻긴 이들 중에는 여자 소년원생과 무슬림도 있었다. 교황이 여성이나 무슬림에게 세족례를 한 것은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원생들의 발을 교황이 씻긴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동성애자도 끌어안았다.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교황에 세계가 감동했다. 이를 계기로 교황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 소수자 권익옹호잡지인 애드버케이트의 표지를 장식한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초 기록들은 대체로 개혁을 뜻해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교황은 종교 지도자이자 세계적 리더”라며 “교황이 몸소 실천하는 ‘최초의 언행’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톨릭 사제나 신자에게 우리도 교황을 닮아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를 할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는 가지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키고 감동을 주는 동시에 분노와 좌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가장 팬이 많은 교황’도 그가 남길 기록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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