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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편지로… 전화로 축복과 위로, 틈만 나면 소외·고통받는 자들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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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21일 마피아의 본거지인 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아를 방문했을 때다. 카사노 알로 조니오 마을에서 미사를 마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다.
시골길을 달리던 교황이 갑자기 차를 멈추게 했다. 자신을 부르는 마을 사람들 사이로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장애 청년을 본 것이다. 교황은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마에 입맞추며 축복한 뒤 두 손으로 청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청년은 얼굴을 비틀며 감격해 어쩔 줄 몰랐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브라보”를 외쳤다. 침대를 잡고 있던, 어머니로 보이는 노파는 “감사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교황은 사람들 사이에서 갓난 아기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땅에 떨어진 아기의 모자를 부모에게 돌려주라며 경호원에게 손짓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팔을 뻗은 노파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온 여자 어린이의 볼에도 입을 맞췄다.
50초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누군가가 찍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축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 몇 초라도 기도해주고, 장애를 가진 이라면 특히나 지나치지 않는 교황의 행보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세계인을 가장 많이 감동시킨 장면은 온몸이 혹으로 덮인 유전병 남성에게 입을 맞춘 것이다.
지난해 11월 성 베드로 광장의 일반 알현에서였다. 교황은 신경섬유종증으로 이목구비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에 종양이 가득한 비니치오 리바(53)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감싸 안고 입맞추며 기도했다. 난치병으로 신체의 고통뿐 아니라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던 리바씨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는 언론에 “교황의 포옹을 받는데 몸이 떨렸고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화도 축복의 통로로 교황이 즐겨 쓰는 방법이다. 낙태를 권하는 남편과 다툼 끝에 싱글맘이 될 처지에 놓인 이탈리아 여성의 편지를 받고 전화를 걸어 “아이를 낳으면 직접 세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르헨티나 여성도 전화로 위로했다. 고민 상담 편지를 보낸 청년과도 8분여 간 통화하며 조언했다. “안녕하세요. 프란치스코입니다”라는 말이 바티칸 안팎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다.
그 덕에 교황청의 ‘알모너’(자선담당 비서)는 바쁘다.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의 주요 일과는 교황이 건네주는 편지의 메모를 읽고 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교황은 자신에게 온 편지마다 “어떻게 도와줄지 알아보세요” “만나보세요” “대화해보세요” 등의 코멘트를 적어 그에게 준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알모너로 임명됐을 때 교황의 첫마디는 이랬다. “사람들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거리로 나가 가난한 이들을 돌보세요. 책상은 팔아버리세요.”
교황은 오늘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몸소 보이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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