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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월호 참사엔 어떤 메시지 던질까

입력
2014.08.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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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강렬하다. 고요한 마음에 소용돌이가 치게 한다. 정치인의 대중 연설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화법에 대한 이야기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많은 명언을 남겼다. 순방 미사, 베드로 성당 발코니의 설교, 신자들과의 만남 등 곳곳에서 한 말이 화제였다. 교황 말의 파급력이 어느 시대나 크게 마련이지만 프란치스코는 좀 다르다. 그의 연설에는 듣는 이가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교황이 지난해 9월 경제위기의 직격탄으로 실업률이 높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칼리아리를 찾았을 때다. “여러분이 제시하는 문제와 외치는 희망에 경의를 표한다”는, 다소 조곤조곤한 말투로 연설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교황의 목소리는 크고 빨라졌다. 준비한 원고도 제치고 군중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더불어 저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나 성직자들도 그저 미소 지으며 용기를 내라는 말만 하면 안됩니다. (실업 문제는) 유럽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라는 우상을 중심에 둔 경제 체제가 만든 비극입니다.”

그 말에 광부들은 손뼉을 쳤고 청년들은 눈물을 흘렸다. 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한상봉 가톨릭뉴스지금여기 편집장은 “교황의 절박하고 간절한 어조는 듣는 이를 설득시키는 힘이 있다”며 “미리 준비한 원고 대신 쉽게 이해되는 언어와 사례로 즉흥연설을 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지난해 7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 미사에서 했던 강론은 특히 큰 파장을 일으켰다. “거리로 나가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교회도 거리로 나가길 바랍니다.” 교황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에서도 “문 밖에서 백성이 굶주릴 때 예수께선 끊임없이 ‘어서 저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라’고 가르치셨다”며 “안온한 성전 안에만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항섭 한신대 교수는 “교회가 거리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파격적 표현”이라며 “이전의 어떤 교황도 그런 힘있고 직설적인 언어로 ‘행동하는 교회’를 강조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군중과 교감하는 화법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매력이다. 교황의 연설을 번역해 페이스북에 올려온 진슬기 신부는 “속삭이듯 시작했다가 중반을 넘어서는 내젓는 손과 목소리에 기운이 넘친다”며 “신자들과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교황이 노인에서 청년이 돼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진 신부는 “이 때문에 군중을 상대로 연설하는데도 마치 나에게만 말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런 교황이 세월호 참사의 고통이 서린 한국을 찾는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교황은 추기경 시절 고국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크로마뇽 화재 참사 5주기 미사에서 이렇게 설교한 적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더 울 필요가 있습니다. 더는 여기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지 않았습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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