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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 錢主 노릇하며 타짜들 거느리고 마약ㆍ꽃뱀 투입해 농락

입력
2014.05.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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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는 사채 시장의 큰 손일 뿐 아니라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기도박단의 전주(錢主) 역할을 했던 그는 전국 도박판을 장악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도박꾼들은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해 처벌을 받게 하는 등 도박판에서는 그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할 정도였다.

19일 검찰 공소장과 최씨 지인들에 따르면 최씨는 2006년 5월 서모씨 등 자신의 측근들에게 사기도박으로 13억원을 잃은 피해자 송모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하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송씨를 우회적으로 협박했다. 최씨는 송씨가 보는 앞에서 서씨 등을 마구 때리고 맥주병을 깨뜨려 위협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송씨가 피해금액 반환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도박장 운영자도 최씨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최씨는 자신의 지인 이모씨가 2006년 10월 박모(일명 ‘신사동 이모’)씨가 운영하던 도박장에서 5,800만원을 잃자 박씨에게 “이자를 포함해 7,000만원을 이씨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도박장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박씨는 결국 이씨에게 매일 200만원씩 35일간 7,000만원을 돌려 줬다.

최씨는 도박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적대적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 11월 도박장에서 패를 돌리던 방모씨를 불러 “유○○가 마대자루로 누군가를 수 차례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허위 진술해라. 그렇지 않으면 도박장에 출입한 것을 신고해 구속시키겠다”고 위협했다. 경찰 조사에서 방씨의 허위 진술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구속되지 않자, 최씨는 이듬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해 재차 유씨의 구속을 시도하는 등 검찰과 경찰을 청부수사의 도구로 이용했다.

사기도박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기도박단에서는 ‘모도꾼’이라고 불리는 전주와 모집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모집책이 돈 많은 ‘호구’(사기도박 대상)를 물색해 도박판에 끌어들이면 처음에는 돈을 조금씩 잃어주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바람잡이들은 호구의 기분을 맞춰주는 추임새를 넣어 계속 도박판에 오도록 유도한다. 이들과 한 패인 이른바 ‘타짜’들은 다양한 손기술로 호구를 농락한다. 최씨는 직접 도박에 가담하는 대신 타자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전주 노릇을 하며 사기도박단을 이끌었다. “일감이 있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하면 돈을 내 주고 수익금을 상납 받았다.

사기도박 일당은 호구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마약 사용도 서슴지 않는다. 심부름꾼을 시켜 히로뽕을 탄 커피나 음료를 계속 권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박꾼은 “호구가 음료수를 마시면 1분도 안 돼 정신이 혼미해져 판돈을 크게 올려도 개의치 않고 따라가게 된다”고 전했다. 호구가 남성인 경우 속칭 ‘꽃뱀’을 붙여 잠자리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 삼아 협박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도박꾼은 “호구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다 어차피 이길 게임이기 때문에 사기도박에 가짜 수표가 사용되기도 한다”며 “사기도박 피해자 중에는 자살하거나 이혼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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