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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부인도 사채왕에 돈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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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가 주축이 된 사기도박단이 전 국회의원의 부인을 도박판에 끌어들여 30억원 이상을 빼앗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고 여러 차례 마약을 먹이기까지 했다. 이는 본보가 최씨의 지인과 피해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19일 확인했다.
2004년 사립학교 이사장이자 재선 국회의원의 부인이었던 A씨는 속칭 ‘호구’(사기도박 피해자) 모집책 역할을 한 김모씨의 꾐에 빠져 최씨 일당의 도박판에 발을 들였다. 김씨는 A씨에게 학교를 비싸게 매입할 재력가를 소개해 주겠다며 최씨를 연결했고 이를 미끼로 도박판이 벌어진 최씨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 데려갔다. 최씨 일당은 화투판에 끼기를 거절하던 A씨를 갖은 설득 끝에 끌어들여 돈을 잃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출입을 유도했다.
최씨 일당은 A씨를 도박판에 데려오는 모집책과 화투패 조작을 주로 하던 ‘타짜’,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돈을 빌려주는 ‘꽁지’ 등으로 역할을 나눠 A씨의 돈을 빼앗아갔다. 이들은 특히 A씨에게 “나이가 많은 당신한테만 특별히 대접한다”며 히로뽕을 탄 음료를 권해 판단력이 흐려지게 한 뒤 계속 판돈을 올렸다. 최씨 일당은 정신이 혼미해진 A씨를 대신해 돈 계산까지 해줬으며 얼마 뒤 A씨 앞에는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다음날 최씨 일당이 집에 찾아와 돈을 달라고 했다. 얼마를 잃었는지도 모르는데 가족과 이웃이 알까 봐 요구하는 대로 다 줬다”고 전했다. 최씨는 사기도박판에 자금을 대주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으며, 딴 돈은 일당들이 나눠 가졌다.
A씨를 상대로 한 최씨 일당의 사기도박 행각은 2010년까지 이어졌으며, 그 사이 A씨는 학교와 집을 모두 날리는 등 30억원 이상을 잃었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A씨는 “학교가 비싼 값에 팔리면 도박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말에 사기 당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도박을 했다”며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한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에서도 확인된다. 최씨는 지난해 9월 23일 면회를 온 지인에게 “국회의원 마누라 있지. 그것도 내가 (검찰에) 내놓기로 했어. 어차피 다 해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A씨를 상대로 한 거액 사기도박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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