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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줬다" 사채왕이 실토한 경찰 3명 감찰

입력
2014.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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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15일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으나 면죄부를 받은 뒤 최씨의 협박으로 제보자를 고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찰관들(본보 15일자 14면)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이번 감찰은 이성한 경찰청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 등에 따르면 최씨는 이모(57)씨 등 현직 경찰관 3명에게 사건 무마 등 청탁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는 또 이씨 등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데 힘을 썼고, 이후 이들에게 금품 제공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사건 제보자를 고소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현직 판사 금품수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도 2011년 최씨가 연루된 청부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수사관 3명(본보 14일자 1면)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직원을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업무 배제된 수사관 중 한 명이 최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잡고 조만간 사법처리 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부는 2011년 부동산투자회사인 다산리츠 전 대표 조모(51)씨를 주금 가장납입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고,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2명도 재판에 넘겼지만 최씨는 처벌을 면했다.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개입하면서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잠시 중단된 적도 있다”며 “대검에서도 신중하게 수사할 것을 당부했지만 결국 최씨 의도대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최씨는 변호사 업계에서도 ‘돈 떼먹는 의뢰인’으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2008년 부천지청에서 사기도박 피해자의 옷에 마약을 집어넣어 마약사범으로 만든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거물급 전관 변호사 물색에 나섰다. 최씨는 그 해 8월 21일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고검장 출신 A변호사에게 착수금 2억원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 A변호사는 ‘부천지청에서 내사 중인 마약사건은 최씨가 모함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됨. 절대 구속되지 않게 책임지겠음’이라는 확인서까지 써줬다.

그러나 최씨는 그 해 10월 29일 불구속 기소된 뒤 태도를 바꿔 A변호사의 지인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변호사협회에 알려 망신을 주겠다”고 위협해 돈을 받아냈다. A변호사는 이에 대해 “조건부로 받았던 착수금을 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씨는 2005년 수원지검이 피해자 제보를 토대로 자신의 사기도박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이자, 동향으로 친분이 있던 고검장 출신의 B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3,000만원을 건넸다. B씨가 속한 법률사무소는 최씨가 모함을 받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작성해 검찰에 제출했다. 최씨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B씨로부터 3,000만원을 돌려 받았다.

B씨는 “최씨가 내가 사무실에 없는 사이 돈을 두고 갔는데, 여기저기 내 이름을 팔고 다니는데다 사기도박 피해자들도 많아 당시 변호를 못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밝혔다. B씨는 “그와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나랑 내 주변사람들이 재산 피해를 많이 봤다”며 “변호사 골탕 먹이는 선수”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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