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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찰들에 사실 돈 줬다, 다 불어버린다고 해"

입력
2014.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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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무죄를 선고 받거나 무혐의 처분된 경찰관들이 실제로 최씨에게서 돈을 받았던 정황이 포착됐다. 수감 중인 최씨는 지인 등을 통해 이 경찰관들이 제보자를 고소하라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금품 제공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이들 경찰관들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본보가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씨는 지난해 9월 23일 면회 온 지인에게 “그 놈들 있지. 임(경찰관)하고 이(경찰관). 그것들 (면회) 안 오면 같이 잡아넣는다고 해. 불어버린다고 해”라며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제공했음을 내비쳤다.

최씨는 9월 24일에도 지인에게 “임도 만약 (제보자를) 고소 안 하면 여기(감방) 들어올 거라고 분명히 이야기해라. 무서울 텐데”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이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지 않으면 검찰에 금품 제공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라는 얘기다.

최씨는 9월 25일 면회 온 아들에게 금품 제공 사실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경찰관들이) 협조 안 하면 자기들도 구속될 거라고 전해라. 지들이 빠져나갔으니까. 처음에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고 수발 다 한다고 하더만. 이제는 (제보자를) 고소하는 것도 그렇다는 거지?”라며 흥분했다. 그는 특히 “검사가 ○○○(경찰관 실명)을 조사해서 무혐의를 해놓았더라. 무죄가 아니라 무혐의는 재기(수사)할 수 있다. 잡아오는 건 시간 문제다. □□형이 오백 줬고, 내가 줬고”라며 제공한 금품의 액수까지 실토했다.

앞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2012년 최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관 3명을 수사했다. 경찰관 이모(57)씨는 사기도박으로 수사를 받던 최씨의 측근 A씨가 처벌받지 않도록 담당 경찰관에게 부탁해 준 대가로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지만 그 해 8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었지만,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최씨가 법정에서 금품 전달 자체를 부인한 영향이 컸다.

경찰관 정모(57)씨도 최씨로부터 “앞으로 부탁하는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2007~2011년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뇌물수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경찰관 임모씨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됐다.

정씨는 지난해 최씨의 협박에 못 이겨 제보자를 고소했지만 제보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씨도 최근 최씨의 요구를 받고 제보자를 고소했다.

최씨를 잘 아는 지인은 “최씨는 금품을 받은 경찰관들이 청탁 수사나 수사 무마 등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약점을 들춰내 협박하고 때리기까지 했다”며 “일부 경찰 간부는 최씨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거나 뺨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들 3명 외에도 경찰관 수십 명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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