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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도 여러명 사채왕에게 돈 받았다

입력
2014.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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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들이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무더기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현직 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은 검찰 수사관과 현직 경찰관을 포함해 10여명을 수사하려고 했지만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착수하자 잠정 보류했다.

검찰도 지난해 하반기 이 같은 첩보를 입수했지만 본격 수사나 감찰을 진행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현직 판사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 판사가 검사 출신인데다 수사관들이 여럿 연루돼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지난해 하반기 다수의 수사관이 최씨로부터 사건 청탁이나 축소, 무마 대가로 각각 수천만 원씩을 받아 챙겼다는 구체적 첩보를 입수했다.

검찰이 입수한 첩보 내용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는 A수사관은 2008년 부천지청 재직 때 최씨의 대부업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 축소 청탁을 받고 최씨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금품을 받았다. 최씨의 동향 후배로 알려진 A수사관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최씨 측근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으며, 최씨 지인이 검찰청사 A수사관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 1,000만원을 두고 오기도 했다.

의정부지검에서 근무하는 B수사관은 2009년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최씨가 진정서를 제출한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최씨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B수사관은 검찰청 주차장에서 두 차례 500만원씩 1,000만원을 받았고, 집 부근에서 세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1,500만원을 수수했다.

최씨는 2011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친형과 함께 소환 통보를 받게 되자 담당 수사관과 친분이 있는 C수사관을 소개 받았다. 최씨는 수사 정보 입수 등을 부탁하고 C수사관이 근무하던 서울중앙지검을 직접 찾아가 차량 안에서 2,000만원을 건넸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재 최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내에도 금품수수 수사관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강력부에서는 최씨의 제보를 받고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2명을 공갈 혐의 등으로 수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강력부는 부동산투자회사인 다산리츠 전 대표 조모(51)씨도 주금 가장납입 혐의로 기소했는데, 1년 뒤 대구지검 서부치정에선 최씨가 조씨에게서 9억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가 당시 자신의 범행을 덮으려고 검찰에 청부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이 최씨로부터 금품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씨 지인들은 전했다.

최씨를 잘 아는 지인은 “최씨가 연루된 사건들의 수사관 상당수가 돈을 먹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사건이 엉뚱하게 처리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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