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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에 위증교사… 무죄 檢·法 농락했던 '사채왕'

입력
2014.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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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는 2008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최씨를 상대로 수사에 나서면서 수원지법 A판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검찰 수사로 위기감을 느낀 최씨는 수소문 끝에 동향인 A판사(당시 검사)를 찾았고 끈질긴 접촉을 통해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당시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은 최씨가 기획한 위증교사와 무고, 마약 사건으로 왜곡됐고 검찰과 사법부는 최씨의 농간에 놀아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다. A판사는 당시 최씨가 ‘위험한 인물’인 줄 알면서도 만난 것으로 보인다.

무고, 위증교사 등 사법권 유린

최씨의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전국 도박판을 휘젓던 최씨는 2008년 5월 도박개장 방조와 도박 방조, 공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부천지청에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도박사건 수사무마 명목으로 도박꾼에게 3,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도박장에서 뒷돈을 대준 혐의 등을 적용했다. 최씨가 구속되자 2001년 최씨가 기획한 마약 사건도 검찰에 제보됐다. 최씨의 지시로 사기도박 피해자를 마약사범으로 만든 사건이었다.

최씨는 그 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2001년 사건 제보자인 정모씨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측근을 시켜 정씨의 집 냉장고에 마약을 몰래 넣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가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자 다급해진 최씨는 정씨에게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씨가 거절하자 최씨는 2단계 보복 작업에 들어갔다. 최씨 일당은 2009년 3월 정씨가 마약을 먹이고 사기도박을 한다고 거짓 제보를 했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믿고 정씨를 구속했다. 작전에 성공한 최씨 측근들은 최씨에게서 두둑한 사례금을 받았고 정씨는 7개월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최씨의 사법권 유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는 정씨의 제보로 기소된 마약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참고인을 매수해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했고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과 법원까지 농락한 최씨의 음모는 4년 후에야 진실이 드러났다. 최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잇따라 제보를 하면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당시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서도 최씨 일당의 허위 제보로 기소된 사람들이 잇따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검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동향인 A판사와 ‘호형호제’ 사이로

최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최씨는 2008년 8월 보석으로 나온 뒤 검찰이 마약 사건으로 추가 수사에 들어가자 거액을 주고 여러 변호사를 선임했다. 마약 사건은 혐의가 인정되면 구속수사가 원칙인데다 최씨의 경우 멀쩡한 사람을 마약사범으로 만들려고 한 사건이어서 죄질이 특히 나빴다. 최씨는 그러나 변호사들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서울 도곡동에서 고향 어른을 만나 사건 부탁을 했다. 그 자리에서 최씨는 A판사의 작은 아버지인 B씨를 소개 받았다. B씨가 자신의 조카가 검사(A판사)인데다 최씨와 동향이라고 말하자, 최씨는 사건 무마를 목적으로 A판사와 인연을 맺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최씨는 “A판사를 소개해 달라”며 B씨에게 수 차례 금품을 제공하며 매달렸다. A판사도 처음에는 만남을 거부하다가 B씨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최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씨 지인에 따르면 당시 검사였던 A판사는 최씨의 마약 사건을 주로 신경 썼으며 2009년 2월 청주지법으로 발령이 난 후 검찰 수사기록까지 건네 받아 검토했다고 한다. 이후 최씨는 마약 사범으로는 이례적으로 그 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9개월 후 법원에서도 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A판사는 마약 사건 수사기록을 최씨로부터 넘겨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A판사가 최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경위와 참고인의 구체적 진술 등을 감안하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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