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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수수 의혹 판사, 사채왕 수사기록 검토해 줬다

입력
2014.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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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수원지법 A판사가 재판 중인 최씨의 수사기록을 건네 받아 검토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A판사가 수감 중인 최씨를 위해 법률 조언과 변호사 선임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본보 12일자 1면)에서 수사기록까지 넘겨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법관윤리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A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A판사가 2009년 초 최씨의 마약 사건 수사기록을 최씨로부터 넘겨 받아 검토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최씨는 당시 사기도박 피해자의 옷에 마약을 집어넣어 억울하게 마약사범으로 만든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8년 10월 부천지청에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A판사는 청주지법에 근무하고 있었다.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A판사는 최씨가 기소되자 수사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최씨 일행은 청주로 내려가 진술서 등 마약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건넸다. A판사는 이후 최씨에게 연락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밥이나 잘 챙겨 드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A판사가 검찰 수사 단계나 재판 과정에서 최씨의 마약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최씨는 마약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참고인을 매수해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했고 증인들의 오락가락 진술 덕에 2009년 7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A판사는 동향인 최씨와 ‘호형호제’하며 지냈고, 후배 법조인을 최씨의 둘째 딸에게 소개해 주는 등 최씨 가족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판사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씨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후배 법조인을 최씨의 차녀에게 소개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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