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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판사 돈거래' 사법부 신뢰도에 치명타

입력
2014.04.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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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판사가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수억원대 금품수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인 '김홍수 게이트'와 관련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건 청탁 대가로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적이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금액이 클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민감한 때여서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부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만취 상태에서 술값 시비를 벌이다 종업원을 폭행해 입건되는가 하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여파로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이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었다. 신뢰 회복이 시급한 사법부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A판사는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에게 금품을 받은 것은 물론 금전거래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과 최씨 주변 인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최씨는 2008년 부천지청에서 마약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되자 여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지인 B씨의 소개로 B씨 조카인 A판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씨 사건을 담당한 수사검사는 A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에 같은 대학 출신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당시 A판사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 B씨를 만날 때마다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씩 여러 차례 금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결국 B씨 소개로 어렵게 A판사를 만나게 된 최씨는 이후 A판사와 급속히 가까워져 수시로 서울과 지방에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판사가 최씨에게서 3억원을 수수한 시점도 2008년 무렵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사에서 전직한 A판사가 이듬해 지방법원 근무를 앞두고 집을 구하지 못하자 최씨가 전세자금으로 쓰라며 금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해 중반부터 집중수사를 통해 사건의 얼개를 완성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국내 최대 사채업자로 통할 정도로 현금 보유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업체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잠시 빌려주고 고리(高利)를 받는 속칭 '찍기' 방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었다. 최씨는 금고나 통장에 수백억원을 갖고 있었지만 이자소득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100억원 가량의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자신에게 적대적이거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허위고소나 무고교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벌 받게 만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씨는 현재 공갈과 협박, 마약, 사기, 무고교사, 위증교사, 주금가장납입, 변호사법 위반 등 20여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지인은 "최씨는 경찰,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면 뇌물 용도로 1인당 수백만~수천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수억~수십억원을 쓴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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