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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허용" 외치며 두 자녀 강요하려는 중국

입력
2015.12.03 12:57
중국 정부가 35년만에 1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자녀 2명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가 35년만에 1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자녀 2명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구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다. ‘전면 두 자녀 정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지난 10월 29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8기 5중 전회)에서는 ‘1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모든 부부에게 자녀 2명까지 출산을 허용키로 했다. 1980년 1자녀 정책을 도입한 지 35년 만이다. 중국 인구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의 시행으로 9,000만 쌍의 부부가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250만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이며, 중국 인구는 오는 2030년 14억5,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계산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인구는 13억7,000만명이다.

특히 두 자녀 정책으로의 전환은 “한 자녀 정책으로 심각하게 왜곡된 인구 구성을 바로 잡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선제 조건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시행 시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난(湖南)성의 한 관료는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부부는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둘째 출산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당장 두 자녀를 가지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일단,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한 자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왜 도입했나

중국 지도부는 1980년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억제하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며 한 자녀 정책을 시작했다. 아들ㆍ딸 상관없이 한 가정에 한 자녀만 갖도록 강제한 것이다.

중국은 공산정권 수립 이후 30년간 6억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며 폭발적인 인구 팽창기를 거쳤다. 결국 경제 성장을 위한 인구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가의 지나친 개인 통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초기에는 ▦결혼을 늦추고 아이를 적게 낳을 것 ▦여럿 낳더라도 나이 터울을 둘 것이라고 권장하는 수준이었지만, 별 효과가 없자 1980년부터 한 명만 낳도록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어기고 둘째 아이를 낳을 경우, 일반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벌금을 부과했다. 각 지방 정부에 따라 벌금 액수는 다르지만 약 2만위안(360만원)에서 수십만 위안을 내야 한다. 이는 농민들의 3~10년 수입에 해당한다.

강력한 억제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대체로 본래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35년 전 한 가정당 6명을 웃돌던 출산율은 2014년 말 기준 1.4명까지 떨어졌다. 개발도상국 평균치(2.3명), 선진국(2,17명)은 물론, 국제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한 것이다.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

하지만 적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다. 인구 조정 목표치를 달성하려는 관리들이 여성에게 낙태와 불임 수술을 강요했고, 심각한 남녀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보건 당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유산 건수는 무려 3억3,600만 건에 달한다. 대부분 1자녀 정책 기간 중 강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해 2014년 말 기준 중국 남성 인구는 여성보다 3,376만명이나 많다.

핵 가족이 되면서 노인 부양의 짐이 자녀 한 명에게 집중된 점도 문제다.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3년 2억명을 돌파했으며, 2015년부터는 매년 1,000만~1,200만명씩 증가해 2035년에는 4억1,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29%나 되는 셈이다. 요양시설도 부족해 현재 노인 1,000명당 27.5명 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동시에 노동 인구(15~64세)는 급격히 줄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 노동자는 6,700만명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단독 두 자녀 정책’을 시행, “부부 중 한 사람이 한 자녀 가정 출신인 경우 자녀 2명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을 완화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 발표는 그간 한 자녀 정책이 초래한 문제들을 공식 인정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두 자녀 정책, 성공 가능성은?

두 자녀 정책의 효과를 낙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진 탓에 출생률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정책 완화로 출생 신고가 145만건 늘었다. 하지만 이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특히 한 자녀 정책 예외 대상인 시골 주민들 상당수도 대가족 구성을 꺼린다.

가장 큰 원인은 양육비 부담 때문이다. 미 월간 포천에 따르면 중국 일반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가계 소득의 9배에 달한다. 미국(4배) 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양육비 부담도 10년 전에 비해 수 배나 증가했다.

이번 정책의 주 혜택 층인 20~40세 가임기 여성 중, 60%가 35세 이상이란 점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노산으로 분류되는 35세 이상 여성은 임신 확률도 떨어질뿐더러 조산, 사산, 임신성 당뇨 등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나이 대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업무 경력을 쌓거나 가정적으로 기존 가족들을 돌보는 시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또 다른 출산 계획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아 제한을 완전히 폐지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정부가 개인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BBC는 “해외이주 혹은 결혼과 출산을 모두 포기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간섭을 거부하는 여성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두 자녀 정책이 중국 경제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 “노동 위기를 해결하기엔 너무 늦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4년과 2009년 중국 내 인구학자들은 기명 서한을 통해 “한 자녀 정책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는 “시기 상조”라며 이를 외면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중국 인구통계전문가 카이 용은 “결혼 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예 독신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며 “출산율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녀 정책의 그림자, 헤이하이쯔(黑孩子)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리쉬에(22ㆍ여)씨는 헤이하이쯔(黑孩子)다. 한 자녀 정책에 반해 ‘불법’으로 태어난 둘째지만, 리 씨의 부모는 거액의 벌금을 낼 형편도 되지 않아 리씨를 후커우(戶口ㆍ주민증)에 등록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규 교과 과정이나, 병원에 가는 기본 삶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신분증이 없어 취업도 여의치 않다. 지인들의 소개로 레스토랑 종업원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뿐이다. 심지어 결혼 증명서 발급도 불가능하다. 리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내 존재를 인정해 주는 건 가족들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아이들, 즉 ‘헤이하이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가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커우 미등록자는 해당 지역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건강 보험, 취업 등 기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후커우 미등록자만 6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헤이하이쯔를 이렇게 양산한 주범은 과도한 벌금이다. 지난해에는 과도한 벌금으로 한 농부가 음독 자살을 하기도 했다. 중국 전역에서 걷히는 산아제한 위반 벌금만 매년 200억 위안(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 미혼모 정책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싱글맘의 출산이나 개인의 가족 계획을 통제하는 인권 침해적 정책이라는 면에서는 그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헤이하이쯔 외에도 독신 여성이나, 미혼모 등 결혼 증명서 없이 출산한 여성들의 자녀들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 역시 대다수가 헤이하이쯔와 같이 후커우 미등록자들로 남아 ‘투명 인간’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자녀 정책’이 정착된다 하더라도 미혼모에게까지 공식적으로 출산을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미혼 여성들은 난자 냉동 등 임신 시술도 할 수 없다. 중국 트위터격인 웨이보에는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고학력ㆍ고소득 독신 여성들은 중국을 떠나기 시작할 것”과 같은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산아정책까지 수정한 중국이 여전히 싱글 여성들의 출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부장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페미니스트들은 “두 자녀 정책은 한 자녀 정책 이상으로 여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여성활동가 뤼핀은 “중국 여성은 아이를 낳지 말도록 강요 받다가 이제는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 받고 있다”며 “여전히 정부는 여성의 몸을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엠네스티도 “중국이 인권을 존중한다면 가족 구성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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