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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눈, 맑은 웃음... 13년 전 만난 故 김새론, 참 좋았다 [유수경의 엔터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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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눈, 맑은 웃음... 13년 전 만난 故 김새론, 참 좋았다 [유수경의 엔터시크릿]

입력
2025.03.16 12:21
수정
2025.03.16 19:39
19 0
故 김새론의 어린 시절 모습. 영화 '이웃사람' 스틸

故 김새론의 어린 시절 모습. 영화 '이웃사람' 스틸

가끔 아주 강렬한 꿈을 꾸면 그 잔상이 하루를 뒤덮을 때가 있다. 그런데 어제 무척 슬픈 꿈을 꿨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우리는 13년 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열세 살 소녀였던 그의 반짝이는 눈망울과 티없이 맑던 웃음을 기억한다.

그때 작성한 인터뷰 기사에도 '눈이 맑고 사랑스러운 배우'라고 적었다. 주문한 음료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지 "엄청 달고 칼라 찰흙 냄새 맛이 난다"며 혀를 내밀던 귀여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영화 '여행자' '아저씨' '이웃사람' 등에 출연하며 짙은 감수성과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김새론은 작품 속 어두운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을 예상했지만 밝고 잘 웃고 궁금한 게 많은 꼬마 소녀였다.

보통 인터뷰에선 기자가 배우에게 질문을 하기 마련인데 김새론은 기자에게도 많은 질문을 했다. 영화의 감상평을 묻기도 하고, 본인 연기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도 궁금해했다. 어느 지역에 대한 대화를 할 땐 그곳을 아는지, 가봤는지도 물었던 것 같다. 그러다 불쑥 "친구들이 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에 동행했던 어머니는 "아이가 친구를 너무 좋아한다. 집에 다 데리고 온다. 이사 가던 날은 친구들이 밤새고 차를 쫓아오고 그러더라"라고 귀띔했다.

처음엔 수줍어하던 김새론은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자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어머니는 인터뷰가 끝난 뒤 "새론이가 기자 언니를 좋아하네요"라며 우리의 사진을 찍어줬다. 그리고 이후 김새론의 싸이월드에 예쁜 문구들과 함께 그 사진을 업로드해 준 것을 봤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이기에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그 사진을 퍼 왔다. 그것이 김새론과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故 김새론의 생전 모습. 김새론 SNS

故 김새론의 생전 모습. 김새론 SNS

종종 아역배우가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곤 하지만 김새론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냈고, 작품활동을 멈춰야 했다. 음주운전은 분명한 잘못이다. 허나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컸다. 수억 원의 위약금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새론은 2년간 자숙 후 복귀를 타진했지만 부정적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본지는 김새론의 영화 촬영장 사진과 함께 '배우 복귀' 단독 기사를 냈다. 영화 '기타맨' 주연을 맡은 김새론은 여전히 환하고 말간 얼굴이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함께 작업한 이들 역시 김새론의 털털함과 성실성을 입을 모아 칭찬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를 좋아했던 그는 이번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에게 옷을 선물하는 등 남다른 정(情)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사 이후, "범죄자의 복귀를 돕는 거냐" "다시는 TV에서 보고 싶지 않으니 이런 기사를 쓰지 마라" 등 일부 네티즌들이 극렬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에는 댓글창이 없어졌지만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악플러들의 손가락은 여전히 쉬지 않고 있다. 그러다 안타깝게 지난달 16일 김새론이 생을 마감하자, 네티즌들은 고인이 너무 가엾다고 댓글을 단다. 김새론의 복귀를 저지하고 선 넘는 악플을 남기던 수많은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는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의 교제 기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펼쳐지는 중이다. 유족 측과 김수현 측의 주장이 상반되는 상황이지만, 김수현은 과거엔 교제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김새론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뒤늦게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누구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김새론이 떠난 지 오늘로 딱 한 달이 됐다. 그저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를 남겨준 한 명의 배우로만 그를 기억하고 싶다. "넓게 보고 멀리 들어 마음으로 전할 수 있는, 깊이 있고 바른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새론이 내게 했던 말이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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