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새 학기 의대 수업이 또다시 파행을 빚고 있다. 의대 40곳 중 수강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대학이 10곳에 달하고, 수업 참여 학생에 대한 조리돌림도 극심하다. 정부가 3월 말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렸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학업에 복귀해 달라’ 호소하는 대학 총장과 교수들을 향해 “협박 말라”고 비난까지 했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난 1년여간 정부도, 대학도, 시민사회도 의대생 집단행동에는 비교적 너그럽게 대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유급 시한을 미뤄 주고, 학사 운영 방식을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전환하고, 성적 평가를 유예하는 등 학생 피해를 막기 위한 숱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의대가 아닌 다른 학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혜였다.
하지만 3,058명 복원까지 걷어차는 의대생들을 보며 앞으로는 단호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이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서울 지역 의대생, 의대 증원 혜택을 받은 25학번 새내기까지 수업을 거부하는 건 ‘자기모순’이자 ‘억지 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24학번과 25학번 7,500명이 함께 수업받는 초유의 사태는 의대생들이 자초한 결과다. 그들 스스로 ‘자발적 휴학’이라고 주장했듯, 어느 누구도 휴학하라고 등 떠밀지 않았다.
의대생 단체는 지난해 말부터 ‘한 해 모집 중지’도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들과 입을 맞췄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현실적인 요구를 들이밀며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는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해 “금쪽이냐”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런데도 의사 대표를 자임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마저 8일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서 “26학년도는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대 학장들이 어떻게든 학생들을 가르쳐보겠다고 머리를 맞댄 상황에서 의협이 진심으로 의대 교육을 걱정한다면 저런 망발은 삼가고 의대생 복귀 설득에 나서는 게 옳다.
교육부와 대학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것이 의대생과 의사들의 적반하장식 생떼와 횡포까지 받아주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스스로 공언한 대로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모집인원 동결안을 철회해야 한다. 대학들도 학칙대로 유급, 제적 처분을 하는 게 맞다. 의대생, 전공의, 기성 의사들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그동안 원칙 없이 ‘봐주기’를 반복한 탓도 있다. 환자들이 지난 1년여간 힘겹게 버티면서 의대 증원, 의료 개혁을 지지한 이유를 정부와 의사계는 무겁게 되새기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