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워런 하딩

미국 제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취임 첫해인 1922년 대통령 연봉을 자진신고해 이듬해 소득세를 납부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AP미국 제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취임 첫해인 1922년 대통령 연봉을 자진신고해 이듬해 소득세를 납부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AP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해 7월 미국 차기 대통령 연봉이 역대 최저 수준이 되리라 보도했다. 대통령 연봉은 의회가 법으로 정하며, 2001년 조지 W. 부시의 첫 임기 때 40만 달러로 인상된 이래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포브스 기사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을 의미한 것이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받은 연봉(2만5,000달러)은 근 100년간 요지부동이다가 이후 여러 차례 인상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실질임금은 인상 시점의 대통령 때 정점이었다가 인플레 영향으로 점차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취임한 1909년 대통령 연봉은 7만5,000달러로 인상돼 52년 말 해리 트루먼 때까지 유지됐다. 그 기간 실질임금은 현재 기준 약 190만 달러에서 71만5,000달러로 격감했다. 퇴임 후 투자 실패로 자산을 탕진한 트루먼이 월 100달러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군인 연금 외 수입이 없이 궁핍하게 지내자 의회가 1955년 전직 대통령 연금을 신설했다.
미국 대통령 연봉에 소득세가 부과된 것은 1923년 제29대 워런 하딩(Warren G. Harding) 때다. 1913년 미국 헌법이 개정(16th)되면서 연방소득세가 제정됐지만 “대통령(과 연방판사)의 보수는 그가 선출된 기간 동안 증액되거나 감액되지 않는다”는 연방헌법 2조 7항에 따라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됐고 당시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역대 가장 인기 없고 존재감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하딩은, 당선자 신분이던 1921년 2월 대통령 연봉 소득세 영구 면세 법안에 반대했고, 그 소신에 따라 이듬해 3월 14일 취임 첫해 연봉(7만5,000달러) 소득을 신고해 1만7,000달러(근년 기준 약 108만 달러) 세금을 납부했다. 그가 헌법 등을 근거로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았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저 관행을 만든 게 그였다. 그는 어쩌면, 후임 대통령들에게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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