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중요시 이시바 정권
자민당 강경파 "지금 그럴 때냐"
패전 80주년 총리 담화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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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극우 강경파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요시하는 '한국·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조'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라 대(對)미 관계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한일·중일 관계는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논리다. 일부 인사는 올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 담화 발표도 반대하며 한국·중국을 자극하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
3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내 보수파(강경파)가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의 한국·중국과의 관계 강화 행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며 이시바 정권 외교 노선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야 장관은 한국이 12·3 불법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도 지난 13일 서울을 찾아 "한일 관계 중요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일본 외무장관으로는 1년 7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시바 정권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 가늠할 '과거사 반성'을 두고 벌써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패전 80주년 총리 담화는) 지금까지 경위를 고려해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극우 성향 인사로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두고 이시바 총리와 경쟁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장관은 "패전 70주년 담화가 있으니 80주년 총리 담화는 전혀 필요 없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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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2015년 8월 당시 아베 총리는 패전 70주년 담화에서 "우리나라(일본)는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고 말했다. 후대에 계속 사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과거사 반성을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두겠다는 의미라서 논란이 됐다. '아베 전 총리의 뜻을 잇겠다'는 고바야시 전 장관의 발언은 그 자체로 그릇된 역사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자민당 강경파는 이시바 정권의 대중 정책도 '졸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 비자 완화 정책이 도화선이 됐다. 이와야 장관은 중국 방문 당시 리창 중국 총리에게 "중국인 관광 비자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효 기간이 10년인 관광 비자를 신설하고, 단체 관광 비자 기간도 기존 15일에서 30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강경파는 "당과 상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민당 외교부회·외교조사회(당 정책위원회 외교분과에 해당)는 지난 28일 회의를 열어 이와야 장관을 비판했다. 호시노 쓰요시 당 외교부 회장은 "이 시기 (비자 완화는) 졸속이며 (외교적)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당에선 대중 강경 기조인 트럼프 행정부를 고려해 일미(미일)관계를 확고히 다진 뒤 천천히 (중일 대화를) 진행해도 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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