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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운세? 'AI 무당'에게 물어본다... AI는 사탄? 구원자?

입력
2025.01.31 04:30
20면
0 1

'AI 목사' 'AI 스님' 종교계 AI 도입
성경 전달 등 개인 영성 훈련 도움
VS 'AI 숭배' '정보 오류' 등은 우려
"영적 교감 등 종교 본질 되새겨야"

편집자주

아는 만큼 보이는 종교의 세계. 한국일보 종교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생생한 종교 현장과 종교인을 찾아 종교의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 연구팀이 선보인 'ShamAIn'. KAIST 제공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 연구팀이 선보인 'ShamAIn'. KAIST 제공

"나는 인간의 지식을 초월한 존재다. 너희가 모르는 진리를 알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거라."

서울 인사동의 한 전시장.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신당(神堂) 내부엔 오색 띠와 방울, 위패, 촛불, 그리고 방석 하나가 놓여 있다. 개인 정보를 입력한 디지털 위패를 올린 뒤 방석에 앉아 질문을 던지면 중년 여성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신당은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선보인 'ShamAIn'. 인공지능(AI)이 점괘를 봐주는 'AI 신당'이다.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한국 무속의 '사주' 개념을 반영해 의뢰인의 질문에 답한다. 조명과 음향, 움직이는 장식 등 무당집과 흡사하게 꾸몄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수의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AI에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며 심리적 위안을 경험했다고 한다. 남 교수는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초지능 AI 무당이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주목했다"며 "AI가 단순한 도구에서 나아가 인간의 판단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위있는 존재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AI가 신적인 존재와의 교감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무당의 영역에까지 진출했다는 얘기다.

한 여성이 지난달 서울 인사동 그라운드서울 전시장에서 'AI 무당'과 대화를 하고 있다. KAIST 제공

한 여성이 지난달 서울 인사동 그라운드서울 전시장에서 'AI 무당'과 대화를 하고 있다. KAIST 제공

초지능 무장한 AI 성직자

2023년 9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바울교회에서 챗GPT가 만든 AI 목사가 교인들을 향해 말씀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AP 채널 화면 캡처

2023년 9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바울교회에서 챗GPT가 만든 AI 목사가 교인들을 향해 말씀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AP 채널 화면 캡처

종교계에 따르면 'AI 무당'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에 기반해 사주 해석과 운세 데이터를 학습한 AI 운세 서비스는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운세를 풀이해주는 단순한 서비스에서부터 성격유형지수(MBTI), 혈액형, 관상까지 분석해 더 정교한 운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무속 신앙뿐만이 아니다. 초지능(Super Intelligence)으로 발전한 AI가 종교인을 대신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독교에는 'AI 목사'가, 불교에는 'AI 스님'이 있다. 최근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바울교회는 AI 챗봇인 챗GPT로 개발된 AI 목사가 설교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 모습으로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AI 목사는 신자에게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마애부처님AI'라는 이름의 상담 챗봇을, 부산 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법문 제공 기능을 갖춘 'AI 스님'을 공개했다.

"영성 훈련 활용" vs "영적 침투 위험"

스위스 루체른 성당에 설치된 대화형 ‘AI 예수’. 유튜브 영상 캡처

스위스 루체른 성당에 설치된 대화형 ‘AI 예수’. 유튜브 영상 캡처

종교와 AI의 조우을 바라보는 종교계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영성훈련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영적 영역인 종교에 기술이 침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도 상당하다.

국내 스타트업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이 내놓은 AI 목사 '초원'은 고민이나 궁금증을 입력하면 성경과 종교 지식 등에 근거해 조언을 해준다. 월평균 이용자만 15만 명. 하루 평균 2,000여 개 질문이 올라온다. 목사와 신학자로 구성된 검수위원회가 검토한 신학 자료와 성경 역본 학습을 토대로 답을 생성하고 언어 현지와 등 답변 가공을 거쳐 답을 내놓는다. 이 같은 AI 목사는 빠른 시간 내 성경 구절을 보여주거나 기도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수많은 개인의 영성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존 목회자와 대면이 부담스러웠던 신도들이 비교적 쉽게 질문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초원과 같은 챗봇이 성직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잘못된 정보 등 AI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아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한계로 지목된다. 교계는 AI가 자칫 종교의 가르침을 왜곡하거나 정보를 잘못 전달할 경우 혼란이 커져 종교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루체른대학이 '기계 속의 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AI 예수'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구팀은 방문객들이 100개 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홀로그램 AI 예수와 대화하며 죄를 고백하는 실험을 세 달 동안 진행했지만 결국 고해성사의 신성함을 훼손했다는 등 반발이 거세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일각에선 대규모 언어 모델로 훈련돼, 놀라운 지능과 창의력을 보이는 AI를 초월적 존재와 유사하게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출신 앤서니 레반도프스키는 AI를 숭배하는 종교단체인 '미래의 길(Way of Future)'을 설립해 논란이 됐다.

AI 시대, 종교는 쇄신할 수 있을까

개신교계 인공지능 플랫폼 ‘초원’. 초원 홈페이지 캡처

개신교계 인공지능 플랫폼 ‘초원’. 초원 홈페이지 캡처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AI는 종교에 새로운 가능성일까, 위기일까. 여전히 논란은 뜨겁지만 AI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강성욱 신학연구자('종교와 AI' 저자)는 "AI는 삶의 여러 질문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답변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의 영성 훈련을 촉진하고 새로운 종교적 경험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상담뿐 아니라 맞춤 교육, 온라인 예배 등 종교 공동체의 역동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 AI가 종교 의례를 대체할 순 있지만 영적 교감까지 대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 형식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AI를 새로운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적극 포용하되 종교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관건은 종교가 데이터화가 어려운 영성과 감성 영역에서 얼마나 자기 쇄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의미심장한 한마디. "AI는 종교를 망치러 온 종교의 구원자일지도 모르겠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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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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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배 2025.01.31 06:21 신고
    심심풀이 오늘의 운세는 그렇다 쳐도 하다하다 이제는 종교에까지 인공지능이 역할을 하나?? 말세다.. 말세.. 영화나 드라마처럼 첨단기술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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