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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처남 리스크' 보고 묵살... 연임하려 '정계 인맥' 기업인에 100억 대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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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처남 리스크' 보고 묵살... 연임하려 '정계 인맥' 기업인에 100억 대출도

입력
2025.0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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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공소장>
2018년부터 "처남이 영향력" 내부 보고
인사평가 나쁜 처남 측근 본부장도 승진
연임하려 처남 소개 기업인에 불법 대출
두 차례 영장 기각... 불구속 상태로 재판

우리은행 부당 대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부당 대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태승(6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재직 중 대출 브로커 행세를 하는 처남을 주의시키라는 내부 보고를 최소 4차례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연임을 위해 정계 인맥이 넓은 기업인에게 부실 대출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12일 한국일보가 손 전 회장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재직 중이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회사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손위 처남 김모(67)씨를 주의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수차례 받고도 묵살한 정황을 파악했다.

손 전 회장은 2018년 8월 우리은행 감사로부터 '(손 전 회장의 처남) 김씨가 우리은행 대출 브로커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주의시키는 게 좋겠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다. 처남의 실력 행사를 염려하는 보고는 이후에도 계속 됐다. 2020~2021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에게 "우리은행 사람들이 처남을 많이 찾아간다"는 보고를 받았다. 2022년 상반기엔 우리은행 홍보브랜드그룹장으로부터도 처남 관련 보고를 받았다. "회장님 친인척이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영향력을 말하고 다닌다. 회장님에게도 좋지 않으니 아셔야 하며, 조치하시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 적혔다. 비슷한 시기 한 부행장도 '처남이 대출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내부에서 부실 대출이 암암리에 취급되고 있다'는 투서를 직접 손 전 회장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실 대출 실무 담당자가 A씨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은 처남 리스크를 알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도리어 A씨가 2021년 말 본부장으로 승진하자 손 전 회장은 직접 전화해 "축하하고, 너무 튀지 않게 조심, 조심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남 측근 승진 거절한 행장에 "지가 뭔데, 건방지게"

처남은 손 전 회장을 등에 업고 승진이나 원하는 보직에 인사발령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우리은행 임직원들 위에 군림했다. A씨도 처남의 부탁 한마디에 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대출 승인 업무의 핵심 요직인 선릉금융센터장을 꿰찼다. A씨에 대한 인사부 평가(본부장급 승진인사 1차 평가 100명 중 99등, 2차 평가 100명 중 71등)와 징계 이력을 알고 있던 당시 우리은행장은 "어떻게 이렇게 질이 나쁜 사람을 승진시키냐. 도저히 서명을 할 수 없으니 재고하라"며 거부했다. 손 전 회장은 두세 차례 승진 주문이 안 먹히자 "지가 뭔데 되니 안 되니 얘기하냐. 건방지게"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차 압박이 들어가자 행장은 결국 A씨를 승진시켰다. 우리은행장 연임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입김을 행사하는 구조라서 회장 눈 밖에 나면 연임하기가 쉽지 않다.

연임하려 '정계 인맥' 회장에 100억대 부당 대출도

손 전 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계 인맥이 두터운 기업인 B회장에게 100억 원 대출을 해주라고 지시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손 전 회장은 처남이 소개한 B회장을 통해 정치권에 자신의 연임 청탁을 하려고 2022년 11월 우리은행 본점 여신지원그룹장을 회장실로 불러 "B회장 대출 건을 잘 살펴보라"고 말했다. B회장의 회사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영향으로 자본잠식 상태여서 상환 능력이 의심됐지만 기업운전자금으로 100억 원이 대출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달 손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손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등과 공모해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 등 16개 회사에 23회에 걸쳐 517억여 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는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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