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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전쟁에 가자는 '쑥대밭'… 50명 중 한 명 사망, 인구 90%는 피란민

입력
2025.01.16 18:00
수정
2025.01.16 19:4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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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매몰 사망자, 정확한 집계 안돼
주거지 공격 '도미사이드'에 집 잃고
보호돼야 할 병원·학교가 '공격 목표'

가자지구 전쟁 휴전 합의 이튿날인 16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주택가를 주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휴전 합의 이튿날인 16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주택가를 주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로 15개월간 이어진 총성이 멈추게 됐지만, 이번 전쟁은 가자지구 전역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전후 가자지구 재건'은 언제쯤 가능할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조차 없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남은 전쟁의 흔적은 그야말로 '파괴적(Devastating)' 수준이다. 가자 보건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는 4만6,707명에 달한다. 전쟁 전 가자 인구(220만 명)의 2% 이상이 숨진 셈이다. 전체 사망자 수의 28%인 1만3,319명은 어린이였다.

그러나 이는 시신이 수습된 경우만 포함한 수치다. 가디언은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군의 맹폭으로 무수히 많은 건물이 붕괴된 탓에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1만 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은 지난 9일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해 6월 3일까지 가자 전쟁에 따른 사망자 수는 6만4,26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공식 집계에 누락된 사망자가 2만5,000명이나 된다는 의미다.

부상자는 10만 명을 웃돈다. 가자 보건부는 11만265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들 중 4분의 1은 절단이나 중증 화상, 머리 부상을 입었다.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처지다.

가자 전쟁 15개월, 개전부터 휴전 합의까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가자 전쟁 15개월, 개전부터 휴전 합의까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끊임없이 반복된 폭격에 가자지구는 사람이 살기 힘든 폐허가 됐다. 전체 건물의 92%인 43만6,000채가 무너졌다. 전쟁 전 인구의 90%인 190만 명은 피란민으로 전락했다. 가디언은 이곳의 현 상황을 '도미사이드(Domicide·라틴어로 집을 뜻하는 'Domi'와 살해를 뜻하는 'Cide'의 합성어)'라고 표현했다. 가자 주민들의 주거지 등 생활 기반을 파괴하려는 체계적·조직적 공격이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전쟁 중에도 보호받아야 할 병원과 학교마저 이스라엘군의 집중 타깃이 됐다. '무장한 하마스 대원이 숨어 있는 은신처'라는 게 이스라엘 주장이나, '전쟁 범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쟁 기간 중 총 654건의 병원 공격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숨진 의료진도 1,050명이다. 가자지구 내 564개 학교 가운데 534곳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 지역의 학령기 아동은 66만 명에 이르지만, 온전한 학교가 거의 없는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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