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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통곡, "잘했다" 환호… 尹 체포에 희비 엇갈린 한남동 관저

입력
2025.01.15 12:00
수정
2025.01.15 13:44

尹 지지자 측 "경호처 뭐 하는 거냐" 원망
탄핵 촉구 측 "진작 제때 조사받았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님이 잡혀 가다니··· 이제 다 끝났어. 망한 거야···."

"우리가 이겼다!"

15일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보수와 진보 진영 분위기는 극명히 엇갈렸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오열하거나 아예 드러눕기도 했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해온 진보 진영 집회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 단체들 회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6,500명 규모(경찰 비공식 추산)로 운집했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전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 예고 소식을 들은 뒤 한달음에 이곳으로 와 밤을 지새우며 윤 대통령 엄호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 체포 소식에 곳곳에선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거나 체념한 듯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박모(74)씨는 윤 대통령 측 입장처럼 "(공무원 간 충돌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포기하고 나온 것"이라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응원하러 나왔는데 결국 체포가 되고 말았다"고 눈물을 훔쳤다.

대통령경호처로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기류도 있었다. 태극기를 움켜쥔 A씨는 "우리가 어떻게 응원을 했는데, 경호처는 대체 무엇을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경호처 직원 대부분은 윤 대통령 체포조를 막으라는 지휘부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어 "헌법재판소는 완전 저쪽(더불어민주당) 편인데, 우리가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지지 진영 맞은편 300m 거리에선 윤 대통령 체포 소식에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250명 규모(경찰 추산) 집회 참가자들은 영장을 집행한 경찰과 공수처에 "잘했다"며 박수를 쳤고, 무대에선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밤샘'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모(25)씨는 "(윤 대통령이) 제때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체포됐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우성건(43)씨는 "윤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분노해 매주 집회에 나왔는데,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 33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오전 4시쯤 관저에 도착한 경찰과 공수처는 6시간 반 만에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했다. 이날 관저 일대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기동대 인원 3,200여 명과 버스 160여 대가 배치됐다.

김태연 기자
전유진 기자
최현빈 기자
허유정 기자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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