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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질서 무시한 윤 대통령이 사법체계 피해자라니

입력
2025.01.15 00:10
27면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대국민호소문을 내 “왜 윤석열 대통령만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며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내란죄 수사권 문제를 들어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사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해온 윤 대통령 측 대리인과 결이 다른 주장이나 법 감정상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공수처 소환조사 3차례 불응, 경호처를 동원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으로 법질서를 훼손한 윤 대통령을 사법제도 피해자처럼 묘사한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정 실장은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인다”면서 “폭압적 위협에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하느냐”고 했다. 법절차에 따라 국가기관이 진행하고 법원도 인정한 수사를 “폭압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법치에 어긋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정 실장 등이 주장한 방어권 논리는 상황을 호도한다. 오히려 대통령 신분과 법지식을 이용해 수사를 회피하면서 방어권을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게 법학자들의 중론이다. 체포영장에 이의신청을 하고 특정 헌법재판관 기피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것이나 변호인을 통해 장외에서 변론을 쏟아내는 것 등은 일반적인 피의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어제 경호처와 공수처·경찰이 사전 협의를 한 것 자체가 윤 대통령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정 실장은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게 끌려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이냐”고 했으나 영장 집행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수차례 자진 출석을 거부해 강제 구인 상황을 만든 건 윤 대통령 본인이다.

정 실장은 또 "국가기관이 정면충돌해 나라가 분열될 위기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고 했다. 위기를 막을 길은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전에 관저에서 나와 수사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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