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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에 울려퍼진 H.O.T.와 NCT '캔디'…K팝 역사가 된 SM의 서른 생일

입력
2025.01.14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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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일 서울 고척돔서 SM 30주년 기념 'SM타운 라이브' 열려
H.O.T. 강타 토니, NCT 드림과 '캔디' 부르는 등 선후배 가수 협연
1995년 설립 SM, 연습생 시스템·해외 현지화 전략 등 구축
5시간 공연에도 H.O.T., 소녀시대, 샤이니, 신화 완전체, EXO 부재 아쉬워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그룹 H.O.T.의 강타와 토니안이 후배 그룹 NCT 드림과 '캔디'를 부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그룹 H.O.T.의 강타와 토니안이 후배 그룹 NCT 드림과 '캔디'를 부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 음악은 지나간 유행가가 아니라 여러분이 꿈꿀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늘 곁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SM의 모든 음악이 여러분의 긴 인생의 바다에서 흐르고 또 흐르기를 바랍니다.”

보이그룹 H.O.T.와 함께 K팝 1세대의 첫 장을 장식했던 걸그룹 S.E.S. 출신 가수 바다가 오랜만에 친정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지난 11,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M 30주년 기념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5 더 컬처, 더 퓨처 인 서울’ 이야기다. 둘째 날 무대에서 후배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윈터와 팀을 이뤄 S.E.S.의 히트곡 ‘드림스 컴 트루’를 소화한 바다는 미리 써 온 편지를 꺼내 읽으며 “우리들의 음악이 힘든 순간들, 삶의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SM에서 데뷔해 활동하다 지금은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고참 가수들이 다수 참석했다. H.O.T.의 토니안은 강타와 함께 후배 그룹 NCT 드림과 그룹 시절 대표곡이자 SM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캔디’를 불렀다. 그는 “우리(그룹 H.O.T.)가 29주년이 됐으니 SM과 나이가 비슷한데 이렇게 함께 성장하고, 무대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했다. SM의 최고참 가수인 강타는 “영광스럽게도 NCT 드림 후배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줬는데 오늘 무대까지 함께하니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S.E.S.의 바다와 에스파의 카리나, 윈터가 '드림스 컴 트루'를 부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S.E.S.의 바다와 에스파의 카리나, 윈터가 '드림스 컴 트루'를 부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멤버였던 환희도 SM 30주년을 축하하며 그룹 라이즈 멤버 소희와 ‘시 오브 러브(Sea of Love)’를 불렀다. 그는 “저도 SM에서 데뷔했던 가수인데 SM에 소희씨처럼 실력 좋고 멋진 가수들이 많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면서 “SM은 영원하다”고 외쳤다.

"SM이 국내 대중문화 생태계와 패러다임 새로 만들어"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SM은 곧 K팝의 역사로 통한다. SM의 시작과 함께 K팝 시장이 형성됐고 SM이 만든 시스템을 따라 후속 기획사들이 성장했다. 가수 출신 이수만이 1989년 SM기획에 이어 1995년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듬해 H.O.T.의 성공과 함께 가요계 판도를 바꿔 놓았다. 해외 시장 개척도 SM에서 시작했다. 가수 보아를 일본에서 데뷔시키며 '현지화 전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방신기로 이어진 이 같은 도전은 K팝 세계화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프로듀서 겸 작곡가 유영진과 켄지, 훗날 그룹 뉴진스를 제작하게 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등 창의적 인재들로 회사 내부에 탄탄한 창작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집단 작곡 시스템인 ‘송캠프’를 발 빠르게 도입하는 등 SM은 늘 국내 대중음악의 최첨단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이 등장하면서 국내 대중음악은 아티스트 시대에서 기획의 시대로 넘어갔고 음악을 만들던 회사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모했다"면서 "SM은 대중문화 생태계와 패러다임을 새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SM타운 공연은 H.O.T.에서 막내 그룹 NCT 위시까지 SM의 30년 역사를 압축해 보여줬다. 4만여 관객이 운집한 공연장에서 NCT 127은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불렀고, 보아는 NCT의 시온(11일), 라이즈의 쇼타로(12일)와 ‘온리 원(Only One)’을 노래하며 현재와 과거를 이었다. 슈퍼주니어는 신화의 ‘아이 프레이 포 유(I Pray 4 U)’를, 에스파는 f(X)의 ‘첫 사랑니’를, 레드벨벳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Run Devil Run)’을 부르며 이날 참석하지 못한 SM 그룹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그룹 슈퍼주니어가 공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 'SM타운 라이브 2025'에서 그룹 슈퍼주니어가 공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5시간에 걸쳐 수십 명의 아티스트가 무대를 장식했으나 일부 관객은 소녀시대, 신화, f(x), 샤이니 등 SM을 대표하는 팀들의 완전체 공연을 볼 수 없고, 30주년 기념행사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기획이 눈에 띄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서 평론가는 "SM 출신의 여러 아티스트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샤이니의 종현과 f(x)의 설리 등 활동 중 세상을 떠난 가수들을 추모한다거나 SM의 역사나 비전을 보여주는 등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기획이 있었다면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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