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외국인 '최애' 찌개면, 日기념품 빵부장··· 국내보다 해외서 더 잘 먹히는 K푸드 있다

입력
2025.01.14 07:00
17면
구독

빵부장, 일본인 관광객 '최애템'
CU 스낵 특화 매장서 판매 1위
농심 찌개면?오뚜기 치즈면도
외국인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
제조사들 "예상치 못한 흥행"


농심 베이커리 스낵 '빵부장' 제품 사진. 농심 제공

농심 베이커리 스낵 '빵부장' 제품 사진. 농심 제공


"와, 귀엽다. 크로아상 같아" "맛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서 팔로어 14만 5,000여 명을 보유한 한 일본 인플루언서 부부가 농심 과자 '빵부장' 과자 한 조각을 꺼내 맛보더니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콘텐츠 주제는 한국 편의점에서 산 과자 중 가장 맛있는 과자를 뽑는 것. 빵부장 시리즈를 비롯해 다섯 가지 K과자를 먹어본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빵부장 초코빵을 가리켰다. 또 다른 일본 인플루언서가 '한국에서 사야 할 다섯 가지 스낵'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서도 빵부장 소금빵과 초코빵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요즘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사이에서 빵부장은 귀국 전 꼭 사야 하는 기념품으로 꼽힌다. 편의점 CU는 2024년 4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스낵 특화 편의점인 '스낵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개점 이후 같은 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 1위가 빵부장 소금빵이다. 2위도 빵부장 초코빵이다. 빵부장 소금빵의 판매량이 3위 제품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과자 종류만 480여 종으로 국내서 과자류가 가장 많이 비치된 매장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셈. 해당 점포를 담당하는 BGF리테일의 심현지 매니저는 "일본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편의점 CU는 2024년 4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스낵 480여 종을 총망라한 '스낵·라면 라이브러리'(CU T2인천공항 교통센터점)를 오픈했다. 스낵 라이브러리가 진열돼 있다.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는 2024년 4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스낵 480여 종을 총망라한 '스낵·라면 라이브러리'(CU T2인천공항 교통센터점)를 오픈했다. 스낵 라이브러리가 진열돼 있다. BGF리테일 제공


정작 제조사인 농심은 일본 내 빵부장 인기에 놀라는 분위기다. 빵부장 시리즈가 처음 나온 시점은 2023년 11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소금빵·초코빵 등 네 종류 제품의 누적 매출액은 22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팔리는 셈이다. 다만 농심은 빵부장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을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일본에 빵부장을 정식 수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한다. 농심 관계자는 "자극적이지 않은 풍부한 맛에다 귀여운 '방덕후' 캐릭터, 크로아상 형태의 과자 모양 등 재미 있는 요소가 많다 보니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국내 단종 후 오히려 '인생역전'

오뚜기 보들보들 치즈라면. 오뚜기 제공

오뚜기 보들보들 치즈라면. 오뚜기 제공


K푸드가 방한 외국인 사이에서, 혹은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두는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오뚜기의 '보들보들 치즈라면'이 대표적. 2010년 출시 후 인기가 없어 단종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출용 제품을 사오는 국내 직구족(族)이 생길 정도였다. 이에 오뚜기는 2024년 4~10월 SSG닷컴에서 해당 제품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껌 속에서 꿀이 터져 나오는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스파우트 껌'도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오래전 생산이 중단됐지만 인도·파키스탄 등지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라면 전문 편의점 'CU 라면 라이브러리' 홍대점에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진열돼 있다. 농심 제공

서울 마포구에 있는 라면 전문 편의점 'CU 라면 라이브러리' 홍대점에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진열돼 있다. 농심 제공


2016년 출시된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도 라면 시장 역(逆)주행의 대명사로 꼽힌다. 국내에선 대형마트∙편의점 등 주요 채널에서 자취를 감춘 제품이었다. 그러다 CU가 2023년 12월 서울 마포구 홍대 입구에 라면 전문 매장 'CU 라면 라이브러리'를 연 게 반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농심은 라면 특화 매장이다 보니 판매량, 인기와 무관하게 자사 전(全) 제품을 매장에 넣었다. 그런데 이후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외국인 관광객 최애 라면으로 등극했다. 국내외 인기 봉지라면 120여 종을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한 것. 이에 농심은 2024년 8월 말 전국 CU 편의점에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다시 들여다 놓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 유통채널과 달리 각 제조사의 모든 제품이 깔리는 특화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비주류 제품이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고 이게 다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