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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살 아기 때리고 "엄마 대신 훈육"...정부 파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로 신고

입력
2025.0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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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운영 아이돌보미 서비스 파견
돌보미 폭력 행사 장면 CCTV에 담겨
센터, 가해 돌보미에 활동 금지 조치

지난달 31일 인천 서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돌보미 A씨가 아이의 머리를 가격하고 있다. B씨 제공

지난달 31일 인천 서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돌보미 A씨가 아이의 머리를 가격하고 있다. B씨 제공

정부가 운영 중인 아이돌봄서비스에서 파견된 돌봄 여성이 겨우 두 돌이 갓 지난 아기를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은 인천 서구 아이돌봄지원센터에서 돌보미로 근무한 A씨와 관련한 아동학대 혐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처음 접수된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10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 지침에 따라 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수사를 맡게 돼 있다.

제보자 B씨에 따르면, A씨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에서 파견된 돌보미로 지난해 3월부터 평일 8시간씩 B씨의 2022년생 쌍둥이를 돌봤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가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B씨는 인천 서구 아이돌봄지원센터를 통해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영아종일제 서비스'를 신청했다.

3일 인천 서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돌보미 A씨가 효자손을 가져와 아이의 발을 때리고 있다. B씨 제공

3일 인천 서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돌보미 A씨가 효자손을 가져와 아이의 발을 때리고 있다. B씨 제공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B씨는 A씨가 아이를 돌보는 대신 서비스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청소 등의 가사활동을 하거나 육아와 관련해 간섭하는 모습에 불만을 느꼈다. B씨는 수차례 지역 돌봄센터에 다른 돌보미로 교체를 요청했으나 센터 측은 '인력 부족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했다고 한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12월까지 A씨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센터는 지난달 말 "A씨가 개인 사정으로 출근이 어려워져, 며칠간 다른 돌보미 선생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임신 중인 B씨는 이 기간 병원 건강검진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점과 일시적으로 새로운 돌보미가 오는 점을 고려해 지난 6일 집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이후 B씨는 CCTV를 우연히 확인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했다. A씨가 효자손을 들고 아이의 발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학대를 한 정황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 이전 영상을 다 살폈더니 발을 때리는 장면 외에도 아이의 머리를 가격하는 장면, 아이를 밀치는 등 거칠게 대하는 장면, 고함을 치는 장면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증거를 확보한 A씨는 8일 센터에 이러한 내용을 통보했고, 경찰에도 아동학대로 A씨를 신고했다.

"보수 교육 및 돌보미 상담 늘려야"

아이돌보미 지원 자격.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캡처

아이돌보미 지원 자격.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캡처

센터는 신고가 접수된 바로 다음 날 조정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해 활동 금지 조치를 취했고 곧바로 B씨 가정에 새로운 돌보미를 파견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신고를 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A씨는 심지어 '엄마가 훈육을 안 해 대신 한 거다' '예뻐서 살살 때린 것뿐'이라는 말을 늘어놓기까지 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A씨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돌보미 활동을 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이돌봄 지원 사업에서 파견된 돌보미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최대 6개월까지 활동 정지가 가능하다. 또 아이돌봄지원법 32조에 따라 아이돌보미가 아이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자격 정지를 해야 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보미 수는 2020년 이후 꾸준히 늘어 2024년 기준 2만8,663명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이돌보미에 의한 학대 건수는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30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 지원 단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이돌보미는 현재 교육 과정을 거친 수료자에 한해 각종 심사 단계를 거쳐 활동할 수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규 교육뿐 아니라 이미 활동하는 돌보미들에 대한 보수 교육 및 상담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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