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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도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R&D 투자 코로나19 때보다 적을 듯

입력
2025.01.14 06: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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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협, 연구개발전망조사 결과 발표
11, 12월 두 차례 조사...정치 불확실성 때문
한달 새 투자 심리 더욱 꽁꽁 얼어붙어
"불안 가중되며 R&D 투자 여력도 줄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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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내수가 침체되는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니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지금의 투자 심리 위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연구소 보유 기업 중 표본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2024년 11월, 12월 2회에 걸쳐 2025년 연구개발전망조사(KOITA RSI)를 실시했다. 기업들의 다음해 R&D 투자 계획 파악을 위해 진행되는 RSI 조사는 보통 전년도 11월쯤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국내 정치적 환경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같은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12월 폭풍 이후 R&D 투자, 연구원 채용에 소극적으로 변해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R&D 투자와 연구원 채용에 더욱 소극적으로 변했다. 미국 대선 이후인 11월 조사에서 투자 RSI는 94.6, 인력 RSI는 93.7로 2024년 전망치와 비슷했는데 12월 조사에서 갑자기 투자 RSI가 79.6, 인력 RSI가 84.2로 떨어졌다. 낙폭만 각각 15포인트, 9.5포인트에 달했다.

RSI 지수가 90 이하로 떨어진 건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에도 RSI 지수는 투자 91.2, 인력 91.6으로 91 이상을 유지했다. 산기협은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져 산업계 R&D 투자 심리 위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기업들은 안정을 기대하면서도 내수 부진, 국가 신인도 문제, 국제 관계 불안 등이 가중돼 R&D 투자 여력이 없음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시기와 최근 연구개발전망조사 전망치 비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시기와 최근 연구개발전망조사 전망치 비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특히 대기업의 투자 심리가 더욱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유형별 투자 RSI는 △대기업 80.3(11월 대비 -17.3포인트) △중견기업 85.6(-10.7포인트) △중소기업 73.8(-14.2포인트)로 대기업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인력 RSI도 △대기업 85.9(-12.1포인트) △중견기업 84.3(-7.4포인트) △중소기업 81.1(-6.6포인트)로 비슷한 양상이었다.

산업별로도 대부분 소극적인 투자 전망을 내놨는데, 소재 산업만 11월 대비 12월에서 투자 RSI가 오르는 등 투자 확대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산기협은 "추가 유선 조사 결과 특허 출원 및 등록 결정, 대표의 의지 변화, 신규 사업 기회 확보 등 개별적 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일수록 정부는 기업에 R&D 정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R&D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사업, 조세 지원 등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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