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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초월해 구글처럼"... 틱톡 성공시킨 중국 1위 부자의 꿈, '중국'에 막히나

입력
2025.01.14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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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국 퇴출 기로에 놓인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않으면 서비스 금지"
법률 19일 발효... '퇴출' 현실화할 듯
WSJ "창업자 장이밍의 성과 흔들 것"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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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트폼 플랫폼 '틱톡'의 로고와 성조기(미국 국기),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뒤섞여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미중 간 디지털 갈등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쇼트폼 플랫폼 '틱톡'의 로고와 성조기(미국 국기), 오성홍기(중국 국기)가 뒤섞여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미중 간 디지털 갈등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의 짧은 동영상(쇼트폼)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 금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틱톡금지법'이 오는 19일(현지시간) 발효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초당적 공감대 속에서 탄생한 틱톡금지법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아직 일주일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사이 바이트댄스가 매각을 결단하는 것과 같은 극적 반전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로선 틱톡 금지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틱톡금지법 효력이 발생하고, 그 즉시 틱톡 애플리케이션(앱)이 미국 양대 앱 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제거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이미 내려받은 틱톡 앱의 경우 계속 사용할 수는 있으나 더 이상 업데이트가 제공되지 않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앱 성능은 저하할 것이다.

틱톡과 틱톡의 중국 버전 '더우인'은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내려받기)된 앱 중 하나다. 미국 메타의 왓츠앱(모바일 메신저),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과 더우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 지출이 큰 비(非)게임 앱이다. 틱톡(더우인 포함)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내 틱톡 이용자는 1억7,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화웨이 등이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전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틱톡의 퇴출은 많은 미국인의 삶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사업이 중단되면 당장 이용자들의 일상적 소통에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물론, 틱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사람은 바이트댄스 공동 창업자인 장이밍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은 다른 공동 창업자 량루보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긴 상태지만, 여전히 장이밍은 회사 경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만약 틱톡이 (미국에서) 금지된다면 장이밍의 최대 성과와 꿈을 뒤흔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공동 창업자 장이밍. 바이트댄스 지분 21%를 보유한 그는 지난해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공동 창업자 장이밍. 바이트댄스 지분 21%를 보유한 그는 지난해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회의서도 영어 써라"... '글로벌화' 강조한 장이밍

틱톡은 중국인 장이밍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12년 중국 베이징에서 바이트댄스를 공동 설립했고, 이때부터 2021년까지 직접 CEO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그의 주도하에 바이트댄스는 2016년 틱톡을 전 세계에 출시했다. 틱톡의 성공에 힘입어 바이트댄스의 최대 주주(지분 21% 보유)인 장이밍은 지난해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그의 현재 자산 가치는 약 493억 달러(약 72조 원)다.

장이밍은 1983년 중국 남동부의 푸젠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했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고 한다. 중국 난카이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그는 MS의 여유로운 근무 환경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창업에 대한 관심도 이때 키우게 된다.

WSJ에 따르면 장이밍은 어릴 때부터 '공식'을 만들고 대입하는 것을 즐겨 하는 사람이었다. 신문은 그에 대해 "학교를 고를 때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 눈이 내리는 곳, 바다와 가까운 곳, 그리고 남녀 비율이 적절한 곳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세워 계산을 한 뒤 선택했다"며 "베이징에서 첫 집을 구입할 때도 공식을 만들어 가장 좋은 지역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틱톡 역시 장이밍이 만들어 낸 공식 중 하나다. 틱톡 등장 전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용자의 데이터가 아니라 '인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 보여 주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장이밍은 사람들이 이전에 시청한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영상을 좋아할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틱톡을 전 세계적 인기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장이밍은 전형적인 '은둔의 경영자'다. 자신을 밖에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그의 삶이나 철학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적은 편이지만, 회사 설립 초창기 때부터 '세계 시장'을 바라봤다는 것은 과거 몇몇 언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이밍은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해 페이스북, 테슬라,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의 본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때를 계기로 '중국 기업도 이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 기술 기업의 황금기가 오고 있다"고 썼다. 2016년에는 한 행사에서 "중국 인터넷 사용자 수는 전 세계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진출과 성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바이트댄스의 고위 임원 중에는 중국인이 가장 많은데, 그럼에도 그는 CEO 시절 내부 회의에서 중국어 대신 영어를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장이밍의 목표는 바이트댄스가 구글처럼 '국경을 초월한 기업'이 되는 것이었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중국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장이밍의 신념이 빛을 발한 것일까. 틱톡은 출시 직후부터 세계 시장에서 위력을 떨쳤다. 2018년 미국 진출 후에는 미국의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쇼트폼 열풍을 일으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위협하는 SNS로 성장했다. 2020년 미국의 최다 다운로드 앱 1위가 틱톡이었다. 중국에서 만든 앱이나 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틱톡이 거둔 것이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공동 창업자 장이밍이 2018년 4월 푸저우시에서 열린 디지털 중국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 지분 21%를 보유한 그는 지난해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공동 창업자 장이밍이 2018년 4월 푸저우시에서 열린 디지털 중국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 지분 21%를 보유한 그는 지난해 중국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장이밍의 공식, 이번엔 통하지 않을 것"

이 같은 틱톡의 인기는 그러나 역풍을 불렀다. 미국 정치권의 견제가 시작됐다. 2020년 미국 행정부 수장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틱톡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틱톡이 미국인의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것"이라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었다. '중국 밖으로 뻗어 나가겠다'는 장이밍의 꿈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벽'에 막힌 셈이었다.

2020년 8월 트럼프는 틱톡 측에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바이트댄스는 본사를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고, 장이밍은 바이트댄스 CEO직을 내려놓으면서 중국계 싱가포르인 추쇼우즈에게 틱톡 CEO직을 맡겼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는 못했다. 결국 미국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미 기업 오러클에 지분을 넘기는 데 합의했으나, 트럼프가 그해 11월 재선에 실패하면서 지분 매각도 흐지부지됐다. 여기에는 당시 틱톡 측의 이른바 '시간 끌기' 전략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현재 틱톡과 장이밍은 약 5년 전과 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그때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WSJ는 "장이밍은 모든 일에 자신만의 공식을 대입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의 어떤 공식조차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사실상 틱톡 입장에선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이나 다름없었던 미국 연방대법원이 틱톡금지법 발효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틱톡금지법 시행을 긴급하게 정지해 달라"는 틱톡 측의 가처분 신청 사건 구두변론을 열었다. 법정에서 틱톡과 바이트댄스 측은 해당 법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관 대다수가 의구심을 표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의 틱톡 소유권을 제한하려는 게 법의 목적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는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19일부터 '틱톡 금지'는 현실화한다.

변수는 있다. 20일 대통령 취임으로 '집권 2기'를 여는 트럼프다. 과거 틱톡 금지를 지지했던 그는 최근 들어 금지에 반대하며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WSJ는 "대통령은 법안 시행을 잠정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오는 19일 틱톡이 미국에서 끝내 퇴출되든 아니든, 틱톡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혼란과 미중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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