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2호기 원전, 액체 폐기물 29톤 시료 분석 없이 흘러나갔다

12일 오전 10시 액체방사성 폐기물 배출
시료 분석 전처리 중 밸브 열려 발생
"농도, 배출 방사능 매우 낮아...영향 없을 것"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전경.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경북 경주시 월성 2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액체방사성 물질 저장 탱크 내 폐기물이 시료 분석 없이 해양으로 배출돼 12일 원자력 안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23분쯤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 액체폐기물 해양 배출 전 시료 분석을 위한 교반 작업 중 탱크 배출구의 밸브가 열려있는 것을 확인해 즉시 닫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폐기물이 액체·기체·고체 형식으로 나오는데 나온 액체 폐기물을 방사능 농도에 따라 고준위·저준위로 나눠 보관해 뒀다가 배출한다. 방사능 물질은 반감기가 있어 시간에 따라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액체폐기물 저장 탱크는 저준위 탱크라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한수원은 탱크에 남아 있는 시료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 농도와 배출된 방사능은 평상시 배출 수준이라고 당국에 보고했다. 한수원 보고에 따르면 배출량은 약 29톤으로 포함된 삼중수소와 감마핵종의 양을 고려했을 때 주민 방사능 피폭량은 연간 0.0000000697 밀리시버트(mSv)로 평가된다. 일반인 선량 한도는 연간 1mSv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획된 배출은 아니지만 방사능 농도가 낮아 (주민이나 환경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안위는 한수원의 보고 직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를 파견, 정확한 누설량과 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원전 인근 바닷물을 채취해 환경 영향을 정밀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원안위는 "구체적 환경 영향 평가 결과와 안전 조치의 적절성 등도 조사해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한 고무패킹 설치 방법. 원안위 제공

월성원전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6개월여 만이다. 2024년 6월 월성 4호기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누설 원인은 냉각수를 적정 온도로 유지하게 해주는 열교환기 내부 부품이 잘못 설치돼 있던 탓으로 2시간 20여 분 동안 냉각수 2.4톤이 해수 1만 9,000톤과 섞여 바다로 나갔다. 이 때도 주민 피폭선량은 0.000000394mSv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관기사

• 월성 4호기 냉각수 누설, 잘못 끼운 고무패킹 때문… 또 원전 관리 소홀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