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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장례식장의 전직 대통령 화합... 한국 정치는 언제쯤

입력
2025.01.13 00:10
27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위험 수위로 치닫는 미국의 정치적 대립이 잠시 봉합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다. 생존한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두 참석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적을 떠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2018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전원 참석했다. 정치적 양극화는 점점 거세지지만,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고 애국심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대의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인위적 연출이라 해도, 국가 지도자들이 품위를 지켜야 할 때를 알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분열의 아이콘인 트럼프도 이날은 자제했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는 카터를 생전에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으나 카터가 속한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예를 표했다. 껄끄러운 관계인 오바마와 나란히 앉아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 1기 부통령이었다가 사이가 틀어진 뒤 트럼프 비방 책까지 쓴 마이크 펜스와도 악수했다.

하이라이트는 18년 전 별세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생전에 써 둔 추도사를 그의 아들이 대독한 장면이었다. 정적이었던 카터와 포드는 퇴임 후 미국과 세계를 위한 정책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우정을 쌓았다. 포드 장례식에선 카터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결정적 순간에 정치인들이 국익 아래 하나가 되는 정치 문화는 미국이 강대국 지위를 장기간 유지하게 한 저력이다.

한국 상황과 대비해 보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정치적 품격을 지키기 위한 금도가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여야가 막말과 욕설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은 만나지도 않는다. 내란을 방불케 하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는데도 여야가 정쟁만 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비리, 실정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탓에 국가적 행사에 당당하게 참석할 전직 대통령도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래 역시 암담하다. 정치를 이렇게 방치해서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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