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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58분49초’에 끊긴 조종실 소리…"엔진 2기 모두 멈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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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사고기 블랙박스가 무안국제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충돌 직전 4분간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원인을 정밀하게 밝혀내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7일부터 전날(현지 시간)까지 블랙박스 자료를 인출·분석한 결과, 음성기록장치(CVR)가 마지막으로 기록을 저장한 시각이 29일 오전 8시 58분 49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행기록장치(FDR) 자료도 비슷한 때까지 저장됐다. 이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메이데이)을 선언한 오전 8시 59분보다 앞선 시점이다.
사조위는 블랙박스가 멈춘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조사관 2명이 13일 귀국하며 블랙박스를 국내로 이송한다. 사조위 관계자는 “CVR 저장 중단은 조종실 녹취록을 작성한 4일 파악했지만 NTSB가 CVR 교차 검증을 제안해 추후 결과를 공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단서가 사라졌다고 우려한다. CVR은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실에서 나눈 대화를, FDR은 엔진 출력 등 기체 상태를 상세하게 기록하기 때문이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결정적 순간의 기록이 없어 원인 조사가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당장 사고기 기장이 비상 선언을 한 당시 기체 상태를 정확히 증명하기가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조류와 충돌해 엔진이 멈춘 사고기가 급하게 동체착륙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모두 추정일 뿐이다. 조류와 언제 충돌했는지, 엔진이 언제 몇 기나 멈췄는지, 착륙 장치(랜딩기어)는 언제부터 작동을 멈췄는지 등 규명할 사항이 많은데 추정이 될 공산이 농후해진 셈이다.
조종사들 대처도 추측으로 남을 전망이다. 조종실 대화로 사고 원인과 대처도 파악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그 부분이 기록에 없는 탓이다. 조류 충돌 뒤 활주로 1번 방향(남쪽→북쪽)으로 그대로 착륙하지 않고 복행(항공기가 착륙하지 않고 다시 고도를 높이는 것)을 결정한 이유, 반 바퀴만 선회해 활주로 19번 방향(북쪽→남쪽)으로 거꾸로 동체착륙한 이유 등도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고기 착륙 영상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예컨대 비행기가 조류와 충돌한 당시의 고도와 속도, 엔진과 전원 공급 상태 등 수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 이론적으로 엔진이 조류 충돌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꺼졌다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 교수는 “엔진 2기가 조류 충돌 전후 모두 멈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블랙박스는 엔진 발전기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보조동력장치(APU)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지만 조종사들이 APU를 작동할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보조 배터리 2개가 전원 공급 차단 시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규명이 필요하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사고기가 조류와 충돌한 지역이 공항 경계 내부인지 바깥인지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나 당국이 책임질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CVR 기록에 '메이데이'가 녹음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조위는 블랙박스 자료가 중요한 자료는 맞지만 그 외의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안으로 엔진과 날개 등 잔해를 무안국제공항에서 김포국제공항 사조위 시험분석센터로 옮겨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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