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들킬까 봐"... 갓난아이 질식사시킨 미혼모, 집행유예

가족에 임신 숨기다 방에서 혼자 출산
1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
"불안전한 심리 상태서 우발적 범행"

청주지법 충주지원

출산한 사실을 감추려고 갓난아이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친모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제1형사부(김룡 부장판사)는 갓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20)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미혼모인 A씨는 지난해 6월 5일 오전 5시 40분쯤 충북 충주시 연수동 한 아파트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다. 태어난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A씨는 자신의 다리를 아이 얼굴에 올려 놓은 채 잠들었고, 아이는 질식사했다. 잠에서 깬 A씨는 오전 11시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아이는 탯줄이 붙은 채로 숨진 뒤였다.

A씨는 헤어진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런 사실을 함께 사는 아버지, 오빠에게 숨겨 왔다. 사건 당일 아이의 울음 소리가 새어 나가면 가족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부모라고 해서 자식의 생명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다만, 당시 20세가 채 안된 피고인이 출산 직후 극도의 불안전한 심리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6개월 간 구금돼 있으면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충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