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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민주주의'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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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헌법·법률에 의거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차분하게 이끈 모습은, 위헌적 계엄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석열 대통령과 극적으로 대비됐다. 당시 우 의장이 착용한 연두색 넥타이는 정치적 스승인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유품이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습니다. 희망은 힘이 셉니다"란 우 의장 발언도 "희망은 힘이 세다"라는 김근태 말을 빌린 것이다.
□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김근태기념도서관 이용자 수는 지난해 7만6,135명으로, 2023년 대비 35% 증가했다. 지역 특성상 이용자 다수가 중장년층이었으나, 우 의장의 넥타이 등이 주목받은 탓인지 계엄 이후 김근태를 모를 법한 젊은층의 방문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고 한다. 방명록엔 "적대와 혐오로 상처받은 국민들(은) 김근태 정신으로 치유받고, 정치인들은 옳은 길을 갑시다" 등의 글들이 적혀 있다. 소란스러운 정국에 '따뜻한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 독재가 지배한 어둠의 시대에 사선을 넘나들던 고문과 투옥을 당하면서도 김근태는 늘 '희망'을 얘기했다. 홍성교도소 수감 당시 면회 온 아들딸이 불러준 '등대지기'를 듣고서 그날 밤 아내(인재근 전 의원)에게 희망에 대한 편지를 썼다. 편지에서 그는 등대지기를 '이 세상 속에서 희망과 믿음의 불빛을 살구고자 자기를 희생하고 있는 귀중한 사람들'이란 의미로 설명했다.
□ 계엄은 역설적으로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환기시켜줬다. 계엄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은 추위 속에도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나와 국회 앞 탄핵 시위를 축제 분위기로 주도했다. 시위를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은 커피, 김밥 등을 선결제하며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고자 스스로 불을 밝히고 연대한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등대지기이자 희망의 근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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