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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던 사료 캔 따는 소리에도 기겁.. 병원 다녀온 고양이의 변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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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얼마 전 저희 첫째 냥이가 구토 증상을 보여서 동물병원에 급히 갔어요. 검사를 해보고 나니 처음에는 복부팽만이 심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장염으로 판정받아서 입원해서 수액치료도 받고 집중 케어 잘 받았어요. 지금은 정상 소견 판정받고 집에 돌아왔어요. 쉽진 않지만, 처방약도 받아서 꾸준히 먹이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제 걱정과 고민이 시작됩니다. 바로 고양이의 식욕부진과 기력 저하입니다. 동물병원 다녀오고 나서 식욕부진이 있는 것까지는 이해해요. 어떻게든 잘 먹일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그런데 이상한 행동까지 눈에 들어오고 나서는 걱정이 더 커집니다. 원래 우리 냥이가 잘 먹는 캔 사료가 하나 있어요. 식욕부진을 해소하려고 그걸 따주는데 갑자기 기겁을 하더니 도망가는 겁니다. 정말 건사료 10g이나 먹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씩 먹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사료를 잘 먹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요? 혹시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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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이후 좋아하던 캔 사료를 무서워하고, 심지어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 되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아픈 것도 좋아져서 퇴원을 했는데도, 고양이는 대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점을 이제 대부분의 집사님들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독립적인 동물은 다른 동물과 무리를 지어 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책임져야만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호랑이나 표범 같은 독물과는 달리 상당히 작은 소형의 개체입니다. 작은 생물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다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무리 동물과 달리 도와줄 개체가 없기 때문에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좋아하던 캔 사료를 무서워하는 것과 관련해서 뜬금없이 이런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고양이는 ‘소형의 독립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안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전에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던 상황이나 상대, 물건 등을 뇌리에 아주 강하게 남고, 철저히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고양이의 특성은 고양이 뇌의 활동이나 호르몬 레벨 등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서도 잘 밝혀져 있답니다.
즉, 병원에 있는 동안 먹었던 음식이 몸이 아팠던 경험과 이어지면서 고양이에게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혹은 캔을 딴 뒤에는 음식을 억지로 먹인다거나, 약을 먹인다는 식의 경험이 고양이에게 캔 따는 소리에 무서움을 유발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제 급여나 투약은 모두 치료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고양이가 이해할 리 없습니다. 사람도 병으로 입원해서 치료한 기억이 즐겁지만은 않겠죠.
따라서 ‘입원’이라는 경험이 고양이에게 평소에 즐겨 먹던 사료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임상에서 더러 만날 수 있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입원 중 먹었던 것과 다른 회사의 처방식을 퇴원 시에 처방하는 것이 권고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로는 고양이를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집사분이 고양이의 안정감을 위해 평소에 사용하던 식기를 가져오셨는데, 퇴원 이후 영원히 그 식기를 사용하지 않는 고양이의 예도 있습니다.
이 같은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아픈 고양이에게 음식을 급여할 때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단 고양이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특성 때문에 이전에 노출되지 않은 음식의 재료, 형태에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더 맛있어 보이는 습식은 거부하고, 건식 사료만을 먹는 고양이를 제법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네오포비아(Neophobia)라고 하는데, 따라서 고양이가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만한 사료를 초기에 먼저 테스트해 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계속 다양한 음식을 노출하다 보면, 고양이는 부정적인 상황-즉, 몸이 아프고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을 다양한 음식과 연관 짓게 되고, 결국 광범위한 음식을 거부하게 되는 ‘식이 거부증’(Food aversion)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픈 고양이가 스스로 음식을 잘 먹기 힘든 상황인 경우 계속해서 다른 음식으로 식이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는, 초기 식이 테스트 이후 고양이에게 가장 적절한 사료 한 가지를 선정하여 핸드 피딩(Hand Feeding ∙ 손으로 조금씩 고양이 입으로 먹이를 가져다주는 급여 방식) 하거나 관을 이용한 급여 등을 조기에 시작하는 편이 치료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편 퇴원 이후 아직 고양이가 기력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퇴원을 했다고 해서 심했던 질환이 한 번에 나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통원으로 전환 이후에도 고양이를 평소와 같은 건강한 상태로 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양이가 충분한 시간 동안 통원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한 뒤에도 여전히 증상이 지속된다면, 혹시라도 질병이 제대로 낫지 않았거나 다른 원인이 같이 있지는 않은지, 병원을 다시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입원 이후 갑자기 즐겨먹던 캔을 무서워하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심리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고양이가 아파서 고생하셨는데, 심지어 이전에 잘 먹던 음식도 안 먹으니 걱정이 크실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늘의 조언이 고양이 마음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고양이가 빠르게 회복해서 이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집사님과 행복한 나날만 보내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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