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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의 요리에는 K할머니 '냄비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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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깊은 곳엔 밥은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우리의 조지루시 밥솥은 매일 조용히 순종적으로 하얀 김을 내뿜었다."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의 준우승자인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52·한국명 이균)에게 밥은 특별하다. "따뜻한 전분 덩어리가 선사하는 편안한 감각"은 그를 40여 년 전 뉴욕 브루클린의 창문 하나 없는 자그마한 부엌에서 요리하던 할머니의 밥상 앞으로 순식간에 데려간다.
그의 첫 요리책도 할머니의 밥상으로 시작한다. 할머니가 만들던 누룽지가 깔린 구수한 냄비밥 소개로 시작하는 '스모크&피클스'(Smoke&Pickles)가 8일 국내 첫 번역 출간된다. 책은 2013년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에드워드 리는 출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7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 시절 미역국, 죽, 깍두기, 된장찌개 같은 단순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요리를 먹었다"며 "지금 제 요리에는 어린 시절 먹은 한국 음식의 맛이 다 들어가 있고, 요리에 대한 저의 아이디어와 철학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책이지만 레시피보다 그만의 요리 경험과 철학이 담긴 수필집에 가깝다. 예를 들면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양고기 자이로(고기를 마늘로 양념해 빵에 얹어 먹는 그리스식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주말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의류공장에서 여덟 블록이나 떨어진 곳까지 누나와 걸어가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다 야바위꾼에게 낚여 점심값을 날린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양고기 베이컨을 넣은 시금치 샐러드'를 통해 소환된다. 책에는 그의 추억을 맛볼 수 있게 레시피가 곁들여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와 관련한 기억도 재미있다. 현재 아내인 미국인 여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 에드워드 리는 아내에게 부모님의 마음에 들도록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김치를 계속 먹으라"고 조언했다. 그날 500g의 김치를 혼자 먹어치운 여자친구는 그의 아내가 됐다. 이 같은 따뜻한 기억들은 그만의 김장 레시피로 되살아난다.
그는 미국에서 요리만큼이나 글솜씨로 유명하다. 뉴욕대 영문학과 출신인 그는 또 다른 요리책 '버터밀크 그라피티'(Buttermilk Graffiti)로 미국 요리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를 수상했다. '버터밀크 그라피티'는 3월 출간 예정이다. 그는 "저에게 최고의 예술은 요리고, 그다음은 글쓰기"라며 "요리와 글쓰기를 통해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요리에서는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셰프라면 음식을 통해 이야기와 삶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음식이 특별한 이유다.
그의 주방은 언제나 실험 중이다. 이날도 미국 워싱턴의 자택 지하 '테스트 키친'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항상 20가지 정도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리에 원칙이 없다"는 원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말이자, 그의 요리가 창의적이고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제가 누구인지가 음식에 반영되고 내가 계속 바뀌고 성장하기 때문에 음식도 그걸 반영하다 보면 바뀌기 마련"이라며 "같은 요리를 만드는 셰프가 되고 싶지 않다. 계속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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