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중독 살해' 중형 선고됐던 아내... 무죄 확정

1·2심 징역 30년→ 대법 파기환송
"공소사실, 합리적으로 증명 안 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편을 니코틴 중독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여성이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 27일 자신의 남편에게 세 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니코틴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복통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고 온 남편에게 A씨가 다시 니코틴 원액이 든 물을 먹여 급성 니코틴 중독에 이르게 한 것으로 봤다. 범행 동기로는 내연남이 있던 A씨의 상황과 남편 명의의 보험금과 부동산 등이 지목됐다. A씨는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남편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세 차례 범행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2심은 찬물을 통한 범행만을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남편에게 건네준 찬물에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남편이 A씨가 준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의식이 있는 채로 다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물을 아무 저항 없이 마실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니코틴 원액은 혀에만 살짝 대도 찌르는 듯한 자극이 느껴진다. 범행 전 남편이 자살을 시도한 점, A씨가 내연 관계로 지내던 남성이 있긴 했지만 이를 범행 동기로 보기엔 부족한 점도 참작했다.

수원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피해자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에 비춰볼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