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로컬라이저 현대화 기대효과가 '결항률 감축'?…공항 몸집 불리기 급급

입력
2025.01.03 18:30
수정
2025.01.04 15:26
1면
구독

정부, 공항 개발 계획 세울 때
수요 증가와 경제적 성과에 매달려
항행안전시설 현대화 계획조차
"경제적 성과, 항공기 수용량 기대"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사고기 꼬리 부분 인양을 준비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사고기 꼬리 부분 인양을 준비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정부가 지방 공항 항행안전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 제거나 활주로 완충지대(종단안전구역) 보완을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 착륙을 지원하는 안전시설을 개량하며 경제적 성과를 늘리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안전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3일 한국일보가 공항 정책 법정 최상위 계획인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을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지상에서 항행안전시설에 충돌하는 사고를 예방할 대책은 전혀 없었다. 항행안전시설은 유무선통신이나 인공위성, 전파 등을 이용해 항공기 항행을 돕는 시설이다. 제주항공 사고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도 포함된다.

대신 당국은 종합계획에서 항공 산업 육성을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 유행 후 항공 여객·물동량 증가 대비에 집중한 것이다. 서두 시사점부터 ‘항공시장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한 신혁신성장동력 확보’로 분석을 시작한다. 전체 분량(44쪽) 중 18쪽이 국내 공항 여객량 시나오리별 예측 표로 채워졌다.

종합계획은 정책 추진 전략으로 ①포용적 공항 생태계 조성 ②국가와 지역경제 성장 견인 ③혁신성장 동력 확보 ④안전 최우선 공항 관리를 내세웠는데 여기에 딸린 핵심 과제 16개 중 8개가 산업 육성 관련이었다. 나머지 중 4개도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대책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 핵심 과제 중 ‘노후 항행안전시설 현대화’가 안전 관련 전략으로 제시됐지만, 이마저 지방 공항 경쟁력 향상에 치우쳐 수립됐다. 사업 자체는 필요하지만 목표(사고 예방)와 수단(경제성 확보)이 뒤바뀐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제1차 항행안전시설 발전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현대화 기대 효과로 △장애 방지와 함께 △무중단 서비스에 의한 결항률 감축을 들었다. 항공기 수용량 증대도 주요 목표였다.

기본계획은 다른 주요 과제인 ‘지방 공항 활주로 운영 등급 상향’의 기대 효과도 △결항률 감축과 비행 안전성 향상에 따른 항공기 운항 증대 △항공교통 및 지역 관광 활성화 기여를 제시했다. 활주로 등급은 조종사가 활주로가 보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착륙할 수 있는 가시거리(시정)를 따져 매기는데 비정밀접근활주로가 등급이 가장 낮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활주로는 정밀접근활주로로 운영되다 활주로 연장 공사 때문에 한시적으로 비정밀접근활주로로 전환됐다.

애초에 무안공항 사고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이유가 로컬라이저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로컬라이저는 활주로보다 낮게 설치할 수 없는데, 무안공항 부지는 북쪽보다 남쪽이 낮다는 이유로 문제의 로컬라이저를 둔덕에 설치한 것이다.

당국은 둔덕 설치가 경제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활주로 남쪽에 흙을 쌓고 부지를 평탄화해 로컬라이저를 평지에 설치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경제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는 “땅을 고르게 해 수평을 맞추면 이상적이겠지만 비용이 드니 경제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본은 로컬라이저 등 전국 항행안전시설 재질·위치를 오는 8일까지 파악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내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사고기 기종(보잉 737-800) 101대 특별안전점검 종료 시기도 3일에서 10일로 늦췄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 블랙박스에서 추출한 음성기록의 경우 공개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유가족이 공개를 요청한 데 따른 검토인데, 현재로서는 사고 조사 마무리 단계에서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다"며 "많은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고 승소하려면 조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판단을 대내외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