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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윤 대통령 관저 앞, 오징어게임 O·X 투표장과 닮아 소름 끼쳐"

입력
2025.01.05 08:00
수정
2025.01.05 08: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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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 황동혁 감독 인터뷰]
93개국 1위, 역대 최장 시청 기록
"투표 한 방에 나라 5년 운명 걸려"
성소수자 등 '지금, 한국' 문제 부각
골든글로브 작품상은 "기대 안 해"

황동혁 감독이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동혁 감독이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도 아닌 한국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시청 1위를 하는 건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황동혁 감독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징어 게임2’는 지난달 26일 공개 이후 이틀 만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를 집계하는 93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TV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공개 첫 주(지난달 23~29일) 4억8,760만 시청시간으로 첫 주 기준 넷플릭스 역대 최장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등 시즌1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넷플릭스 톱10'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첫 주인 지난달 23~29일 집계에서 첫 주 기준 최장 시청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톱10 캡처

'넷플릭스 톱10'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첫 주인 지난달 23~29일 집계에서 첫 주 기준 최장 시청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톱10 캡처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극심한 분열과 소수자 배제에 던진 질문

'오징어 게임2'에선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 중단 여부를 O·X투표로 결정한다. 넷플릭스 캡처

'오징어 게임2'에선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 중단 여부를 O·X투표로 결정한다. 넷플릭스 캡처

시즌2에서 황 감독은 ‘지금, 한국’의 모습을 담는 데 주력했다. O·X투표로 게임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규칙이 새로 더해지며 게임 참가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극렬히 대립한다. 황 감독은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는 투표 한 방에 나라의 운명을 4, 5년 맡겨야 되는데 투표로 모든 걸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과연 맞는지 O·X투표를 통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며 “대의제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징어 게임2’ 공개 이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선 탄핵 찬반 지지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관저 앞에는 경찰이 (찬반 지지자들 사이에) 싸움 날까 봐 선까지 그었다는데 드라마 게임장과 너무 닮아 소름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시즌2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캐릭터인 현주가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황 감독은 “서양에서는 성소수자 권리가 많이 인정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백안시한다”며 “현주가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 등을 좋은 시선으로 보여주면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들을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인 출신인 현주는 성확정 수술 후 여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고(故) 변희수 하사와 닮았다. 황 감독은 “그분 사건도 모티브가 됐고 미국 군대의 트랜스젠더, 스포츠팀 내의 트랜스젠더 인정 이슈 등을 고려해 만든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2'에서 군인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나오는 현주(박성훈).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2'에서 군인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나오는 현주(박성훈). 넷플릭스 제공


"전 시즌 중 나의 베스트는 시즌3"

'오징어 게임2' 촬영 현장의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2' 촬영 현장의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시즌2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대마초 흡연과 은퇴 번복으로 논란이 일었던 그룹 빅뱅 출신 최승현과 ‘미투 운동’ 당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던 오달수 캐스팅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감독은 “캐스팅 당시 최승현이 대중에게 이렇게까지 용서받지 못한 줄 몰랐고, 오달수는 캐릭터 적합성을 생각해서 캐스팅한 것이지 복귀를 도와주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황 감독은 시즌2에 대한 비판적 반응에 대해 아쉬움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무게감과 질책을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섭섭한 지점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이 괜찮은 나라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콘텐츠인데 국내에서 (평가가) 가장 각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똥개도 자기 집에 오면 50% 먹고 들어간다는데 한국에서 오히려 50% 까고 들어가는 것 같다"며 "좀 더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공개되는 시즌3에 대해 "시즌1보다 시즌2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고, 전 시즌 중에선 시즌3가 베스트"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2’는 이례적으로 작품 공개 전 미국 3대 영화·TV 시상식인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황 감독은 5일(현지시간) 시상식에 참석하지만 수상 기대는 크지 않다고 했다. 한 호흡으로 썼던 시즌1 후속작이 시즌2·3으로 나뉘면서 시즌2에선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라성 같은 작품들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시즌3로는 (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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