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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호소 편지에… "체포 막아드리겠다" 관저 앞 드러누운 지지자들

입력
2025.01.02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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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 관저 앞]
지지자 30명 관저 앞 통행 중 주저앉아
경찰, 5차례 경고 뒤 4시간 만 강제해산
곳곳 몸싸움, 야간엔 대규모 '맞불 집회'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입구 앞 도로변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스크럼을 짠 채 드러누워 경찰의 해산 명령에 저항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입구 앞 도로변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스크럼을 짠 채 드러누워 경찰의 해산 명령에 저항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사흘째인 2일 낮 12시 무렵.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로 통하는 정문 앞 도로 한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이 주저앉았다. 경찰이 "미신고 집회 행위이자, 불법 도로 점거니 해산하고 인도로 이동하라"고 경고했으나,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드러누웠다. '계엄합법 탄핵무효'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대통령님 아무도 못 건드려, 머리카락 하나 못 건드려"라고 쩌렁쩌렁 외쳤다.

보수 강성 지지 세력들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더 극성스럽게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지지자들에게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는 새해 벽두 메시지를 내면서 더욱 결집하는 모양새다. 경찰은 오후 3시부터 오후 4시 17분까지 5차례에 걸쳐 해산하라고 방송했지만 꿈쩍도 않자 오후 4시 36분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참가자들이 해산 명령에 3회 이상 불응하면 경찰은 직접 해산 조치할 수 있다.

경찰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입구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해산 조치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경찰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입구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해산 조치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관저 인근 다른 골목길 상황도 비슷했다. 관저 입구 옆 서울 한남초등학교 밑 골목길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 200명 정도가 모여 길을 막고 섰다. 한 남성은 "대통령님 잡으러 절대 못 올라가!"라고 외치며 길 한복판에 앉았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10여 명도 남성 주변에 앉아 길을 막았다.

이런 모습은 윤 대통령의 '호소 편지'가 공개된 영향으로 보인다. 전날 저녁 윤 대통령이 관저 인근 보수단체 집회 현장에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A4 한 쪽 분량 편지를 전하자 지지자들은 잔뜩 고무된 듯했다. 현장에서 만난 조모(64)씨는 "편지 내용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간절함이 묻어났다"며 "오전에 일이 손에 안 잡혀 뛰쳐나왔다. 윤 대통령이 잡혀가면 어쩌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골목으로 한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길을 막고 있다가 비켜섰다. 강예진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골목으로 한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길을 막고 있다가 비켜섰다. 강예진 기자

진보단체도 이날부터 본격 집회에 돌입하며 맞불을 놨다. 민주노총 등 1,500개 시민단체가 속한 퇴진비상행동 측은 관저 인근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사법 절차마저 적대하고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즉각 체포하라"고 외쳤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국가를 비상사태로 밀어 넣은 윤석열은 저 너머 관저에 은닉한 채 영장 발부 이후에도 지지자들에게 자기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다"고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오후 7시부턴 보수단체의 철야 집회 장소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관저 인근에선 체포 찬반 양측이 거친 욕설을 주고받았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는 중년 여성 2명이 대통령 지지 성향의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하자 해당 남성이 맞신고를 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옆 집회에선 남성 1명과 여성 1명 등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 경비도 삼엄해지고 있다.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로 마찰 방지를 위한 완충 공간을 곳곳에 만들었으며 경찰관 여럿이 그 주변을 둘러싼 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전날까지 시민 통행이 가능하던 관저 입구 남쪽 한남초등학교 주변은 이날 취재진 통행만 허용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통행 제한에 반발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30개 부대 규모의 기동대를 투입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강지수 기자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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