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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지구촌 매혹하다②]일본서 큰 성공 거둔 한국 화장품...그 뒤엔 가입자 1750만 명 '직구' 플랫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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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인 긴자의 쇼핑몰 '로프트(LOFT)'. 한국 화장품 코너에서 브이티(VT), 아누아, 티르티르, 롬앤, 힌스 등 일본 오프라인 매장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브랜드 사이로 낯선 제품이 눈에 띄었다. 아렌시아(Arencia) 대표 제품인 '떡솝 클렌저'였다. 연 매출 100억 원대에 불과한 한국 인디 브랜드 제품이 일본 3대 버라이어티숍(잡화점) 중 하나인 로프트의 핵심 점포에 진열된 것이다. 놀랍게도, 입점을 먼저 제안한 쪽은 로프트였다.
사연은 이렇다. 아렌시아가 일본에 진출한 것은 2023년 9월. 일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재팬에 입점하면서다. 아렌시아는 일본 영업 경험이 없어 큐텐재팬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로프트 같은 버라이어티숍이나 드러그스토어(약국) 같은 오프라인 채널은 일본 내 판매 실적이 없으면 명함을 내밀지도 못한다.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라쿠텐은 입점부터 상품 등록까지 까다로웠다. 일본의 1030 여성이 가장 많이 화장품을 사는 플랫폼이자 K뷰티에 특화한 큐텐재팬이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다.
아렌시아는 큐텐재팬 입점 후 두 달 만에 클렌징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현지화 전략 덕분이었다. 떡과 같은 질감을 지닌 떡솝 클렌저를 '모찌솝'으로 판매한 게 대표적. 일본식 떡 '모찌'를 앞세워 일본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것이다. 또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걸그룹 카라의 전 멤버 강지영이 아렌시아 제품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자연스럽게 바이럴(소문)이 됐다. 이렇게 큐텐재팬을 통해 짧은 시간에 수십억 원 매출을 올리자 일본 오프라인 채널이 러브콜을 보낸 것. 홍민주 아렌시아 팀장은 "로프트에 제품이 들어간 뒤 일본 백화점이 팝업스토어를 해 보자는 제안도 했다"며 "큐텐재팬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오프라인 550곳에 입점했고 올해 1,100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큐텐재팬이 한국 인디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ebay)가 큐텐그룹 대표로부터 큐텐재팬을 인수한 건 2018년. 이후 큐텐재팬은 한국계 기업 특성을 살려 K뷰티 '직구(직접구매)'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K콘텐츠 열풍과 맞물려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 1020 여성 사이에서 쇼핑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자본력이나 현지 유통 경험이 모자란 한국 인디 브랜드들이 큐텐재팬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일본 화장품 거래량의 9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박영인 이베이재팬 KR Biz 실장은 "일본에서 자리 잡은 한국 브랜드 거의 다 큐텐재팬을 거쳤다"고 자신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오프라인 바이어들은 큐텐재팬 인기 화장품을 매대에 놓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정가' 판매가 원칙인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큐텐재팬은 할인 판매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최근 만난 일본 바이어들이 '큐텐재팬에서 이 정도 매출이 나오는 화장품이라면 매장에 깔아봐야겠다' 얘기하더라"고 했다. 그만큼 일본 화장품 시장 내 큐텐재팬 영향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실제 2018년 이후 큐텐재팬은 7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000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2,3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76%가 여성이다. 3개월마다 진행하는 대형 할인 행사 '메가와리(20% 할인)' 때는 매출이 평상시 대비 10배 이상 뛰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메가와리에 맞춰 신상품 출시 및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을 진행한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일본 1020 여성들이 가장 많이 쓰는 플랫폼이다 보니 신제품이 통할지 여부를 빨리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재돈 이베이재팬 마케팅본부장은 "매출이 3, 4조 엔에 달하는 라쿠텐과 큐텐재팬은 다윗과 골리앗인데 올해 화장품은 라쿠텐을 넘어섰다"고 했다.
이베이재팬은 K뷰티를 앞세워 큐텐재팬을 화장품에 특화한 최고의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그 핵심은 해마다 수천 개씩 탄생하는 K브랜드 중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찾아 입점 기회를 주는 것. 김 본부장은 "큐텐재팬이 어떤 인큐베이션을 제공하는지,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줄 계획"이라고 했다. K뷰티 카테고리도 늘려갈 방침이다. 박 실장은 "단순 화장품뿐만 아니라 미용기기, 이너뷰티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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