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계엄 혼란' 속 신년사 "신속하고 평화적 복원력" 강조

조희대 "국민 부여한 권력, 올바로 사용해야"
문형배 "신속·공정 재판 위해 모든 역량 투입"
김석우 "공직자, 열과 성을 다해 국민 섬겨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12·3 불법계엄에 따른 혼란 속에 새해를 맞게 될 사법부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국가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31일 신년사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서 "국가적 혼란을 겪으며 우리가 깨달은 건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올바로 사용해야 하고, 월권하여 남용하거나 국민에 대한 봉사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사명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2024년 우리나라는 격심한 정치적 갈등을 겪었고, 연말 계엄과 탄핵 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며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신속하고 평화적인 복원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어 "국민 모두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며 단결한다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법치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에 헌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재판관 3인이 공석인 '6인 재판관 체제'로 두 달 넘게 운영돼오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에 동의하면서 '8인 체제'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문 권한대행은 신년사에서 "수많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국민 여러분을 지킬 수 있도록, 헌재는 헌법이 현실에 정확하게 작동되도록 애쓰겠다"며 "최근 접수된 사회적 관심 사건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헌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헌법 재판 지연으로 인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위해 헌재 내부 협력 체계와 연구부 역량을 강화하고, 헌법재판 연구원과 도서관이 헌법재판에 더 기여하도록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도 신년사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면서 "다양하게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도 신속히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그러기 위해선 온 국민이 마음을 합치고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공직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 속에 찾으려는 자세가 공직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