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급 초봉 200만 원 돌파... 저연차 공무원 이탈 줄어들까?

6.6% 인상... 수당 합치면 연 3222만 원
9급 공무원들 "일단 만족" "받아 봐야"
전문가 "연공서열 임금구조를 바꿔야"
전체 공무원도 3.0% 공통 인상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열린 2024 찾아가는 공직박람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 9급 공무원이 받는 첫 월급이 전년보다 6.6% 올라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게 된다. 정부가 공무원 전체에 적용되는 공통 인상률을 8년 만에 최대인 3.0% 인상하는 동시에 저연차(7~9급) 공무원에게는 추가 인상과 처우 개선이 이뤄진 덕이다. 'MZ세대' 공무원들의 줄퇴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당사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최대 불만인 '박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시대에 동떨어진 연공서열식 임금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사혁신처는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공무원 처우개선 내용을 담은 '공무원 보수규정' 및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 보수는 기본적으로 전년 대비 3.0% 인상되고, 저연차는 추가 인상분이 적용돼 9급 1호봉은 6.6%(공통인상분 3.0%·추가인상분 3.6%), 7·8급 1호봉은 6%(공통인상분 3.0%·추가인상분 3.0%)가 오른다. 지난해 177만800원이었던 9급 초임 봉급은 올해 187만7,000원에 이어 내년 200만900원으로 오른다. 각종 수당까지 더한 9급 총 보수는 내년 3,222만 원(월평균 269만 원) 수준으로, 올해(연 3,010만 원)보다 7%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봉과 민원 스트레스 등으로 공직 사회를 떠나는 젊은 공무원들이 늘자, 지난해부터 정부는 이 같은 저연차 공무원 중심 처우 개선에 주력해 왔다. 7~9급 공무원에겐 봉급에 추가 인상률을 적용했고, 5년 미만 공무원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던 정근 수당(매년 두 차례 지급되는 인센티브)을 올해부터 지급했다.

현장 공무원들은 일단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9급 공무원 A(26)씨는 "수당이 붙어도 월 실수령액이 200만 원도 안 됐는데, 200만 원을 넘으면 감지덕지"라며 "직급보조비, 급식비 등 세부적인 수당도 인상이 이뤄지면 사기가 진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기초자치단체에서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3년 차 9급 공무원 B(25)씨는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을 때를 생각하면 만족한다"면서도 "매년 봉급이 올라도, 그만큼 떼 가는 공무원연금 기여금 부담도 커져서 체감하지 못할 때가 많아 내년 월급명세서를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부문 급여 변동에 비하면 큰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수준의 인상은 아니다"라며 "박봉과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저연차 중심의 임금 인상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공무원의 연공서열식 임금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도 마련

공무원의 출산·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육아휴직 혜택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육아휴직수당을 기존 매달 최대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상한액을 인상한다. 육아휴직 첫 3개월은 250만 원, 4~6개월은 200만 원, 7개월 이후에는 160만 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1년에 최대 500만 원 이상 육아휴직수당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면 수당 지급 기간을 현재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린다.

앞서 지난 10월 인사처가 발표한 대로 다음 달 초부터 공무원 육아휴직의 전체 기간을 승진을 위한 근무경력으로 인정한다. 공무원 육아휴직은 자녀당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기존에는 첫째 자녀 육아휴직은 최대 1년까지만 근무경력으로 인정하고, 둘째 이후 휴직만 전체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왔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