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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2년 전 나온 '급류' 역주행한 이유

입력
2024.12.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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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급류' 정대건 작가 서면 인터뷰
영화감독 겸 소설가 "꾸준히 소설 쓰고파"

소설 '급류'를 쓴 정대건 작가. ⓒ김서해

소설 '급류'를 쓴 정대건 작가. ⓒ김서해

“출간 2년이 흘렀지만, 그사이 새 장편소설을 출간하지 않아 ‘급류’가 제게는 아직 ‘지난 작품’이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저 입소문을 내주신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올해의 역주행 소설 ‘급류’를 쓴 정대건 작가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21년 출판사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읽고 나서 눈물을 흘리는 영상 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9월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12월 셋째 주까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며 순간의 인기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 겸 소설가인 정 작가는 2020년 한 언론사 신춘문예에 장편소설(‘GV 빌런 고태경’)로 등단했다. ‘급류’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등단작과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주제로 한 소설집 ‘아이 틴더 유’(2021) 등 경쾌한 분위기였던 전작과 달리 ‘급류’는 어둡고 무겁다. 이 작품은 “물이 맑고 폭이 넓기로 유명한 진평강”이 흐르는 소도시에서 만난 ‘도담’과 ‘해솔’의 풋풋한 첫사랑이 삶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속절없이 흔들리는 과정을 그린다. ‘급류’의 역주행을 계기로 정 작가를 서면을 통해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급류·정대건 지음·민음사 발행·300쪽·1만4,000원

급류·정대건 지음·민음사 발행·300쪽·1만4,000원

_이전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급류’를 구상하게 된 까닭은.

“지난 시절이 오롯이 담긴 첫 번째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을 출간하고, 두 번째 장편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도전이었다. 창작자로서 ‘동어반복은 죄악이다’라고 생각하기에 다른 스타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나마 아는 것을 쓰겠다고 했을 때, 내게 상처의 정서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_‘급류’를 쓰면서 등장인물에 이입해 몸이 아플 정도로 우울한 시기도 겪었다고 들었다.

“‘급류’의 이야기 설정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 내 감정을 재료로 삼아야 하기에 지나온 힘든 시절을 곱씹기도 하고 그 시절에 머무르기도 했다. 작가가 어떤 정서에 머무르고 느끼고 통과한 후에 쓰는 문장, 그런 것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_최근 역주행한 소설가 최진영의 ‘구의 증명’도 ‘급류’와 마찬가지로 사랑 이야기인데.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사랑은 ‘급류’의 여러 인물이 겪는 사랑처럼 다양한 모습이 있고 다변적인 것 같다.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 거다.”

_특히 청소년들이 ‘급류’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급류’ 이야기가 청소년기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성장 소설의 요소가 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책 한 권 완독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고 독서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이 소설 읽기의 입문으로 ‘급류’를 서로 권하는 것을 봤다. 빠르게 읽히고 단행본을 완독하는 경험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_10대에는 음악을, 20대와 30대 중반까지는 영화를, 지금은 문학을 하고 있다. 문학이 종착역이 되리라 보나.

“이제 고작 두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신인이라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40대가 가까워지면서 잘 맞는 신발이 무엇인지 이전보다는 잘 알게 됐다. 앞으로 글쓰기 이외에 다른 일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꾸준히 이야기를 쓰고 싶다.”

_올해 산문집 ‘나의 파란, 나폴리’를 냈다. 이 책에서 문학의 가치를 “어둠 속에서도 어떻게든 빛을 찾는 것”이라고 했는데. 문학의 가치를 ‘빛’에서 찾는 이유는.

“스스로가 문학에서 그런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 어릴 때는 어두운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에 끌리기도 했다.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 안에서 빛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는 걸 배웠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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