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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인근 공항’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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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시국 때문에 가뜩이나 뒤숭숭한 휴일 아침, 제주항공기 참사가 한 번 더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해오는 목격담만으로 사고 주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고)로 단정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하고, 이어 철새 도래지 주변에 공항을 건설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 사실처럼 퍼졌다. 전남 무안공항처럼 바닷가에 지어질 제주 제2공항,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항공기 추락사고 조사는 대체로 12~18개월이 걸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사고 조사를 1년 이내에 마무리할 것을 권장하지만, 그걸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기 데이터 수집과 목격자 진술 등 초기 조사와 데이터 분석·예비 결론·안전 권고안이 담긴 중간 보고서, 심화 분석 최종 보고서 등 3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꼼꼼한 절차가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희생자 가족과 친지에게 부정확한 설명을 내놓을 수 없다는 도덕적 의무다.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이후 무안공항 남동쪽에 위치한 ‘창포호’가 누명을 뒤집어썼다. 여의도 면적 6배에 달하는 창포호는 1960년대 조성된 인공호로 철새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근처에 조류 서식지가 있어 공항 입지로 문제가 있다면, 영종도 습지가 있는 인천공항, 자메이카 베이 인근 미국 JFK공항, 도쿄만 습지와 가까운 일본 하네다 공항, 템스강 하구 영국 히스로 공항, 마이포 습지 옆 홍콩국제공항도 건설하면 안 되는 곳에 지어진 셈이다.
□ 사고 항공기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받았고, 2분 뒤 새떼가 오른쪽 엔진에 충돌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촉발 요인일 뿐, 이후 동체 착륙 후 폭발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요인이 개입됐다. 조류 충돌이 항공기 추락으로 이어진 사례도 드문 편이다. 179명이 숨진 참사의 원인을 두고 섣부른 추론을 전파하는 것은 여러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짓이다. 특히 비극적 사고를 특정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그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절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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