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떠난 친구 인사하려 눈뜨자마자 왔어요"… 무안 합동분향소 애도 물결

신원 확인 늦어져 위패는 아직 140개
"좋은 곳으로 가길" 시민 발길 이어져
분향소 위치 두고 유족 불만 목소리도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12월이 친구 생일이었어요. 내년이면 쉰 살이니까 아프지 말고 늙어서도 재밌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자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일 줄은 몰랐죠."

양모(48)씨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참사 약 26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문을 연 분향소엔 하얀 국화꽃이 가득했다. 추모객들은 국화 한 송이를 올리며 애도를 표하고, 때론 눈물을 쏟아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 한쪽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근조화환들도 줄을 지어 늘어섰다. 이번 사고로 친구를 잃고 광주에서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양모(48)씨가 첫 추모객이었다. 그는 "친구가 전화 연락은 안 되고 친구 가족의 연락처는 몰라 눈뜨자마자 분향소를 찾았다"며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너무 착하고 예쁜 친구가 떠났다"며 연신 흐느꼈다. 낮 12시 30분쯤엔 140개의 위패가 설치됐다. 이번 사고 희생자는 179명이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중 가족 동의를 거친 위패만 일단 모셨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양모(48)씨가 친구의 위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무안=뉴스1

시민들은 참담한 마음에 분향소 설치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고등학생 유진서(18)군은 "희생자 중 학생들도 많은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 인사라도 드리고자 왔다"며 "수능 끝나고 여행을 떠났다 사고를 당한 분, 이번 참사로 부모를 잃은 친구들도 있던데 정말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무안군 주민인 박주미(47)씨는 "어제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을 찾았는데, 꼬리 부분만 남아 형체를 찾을 수 없는 비행기를 보니 참담했다"며 "희생자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정치인 발걸음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30분쯤 분향소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문록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긴 채 묵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곳을 찾아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 피해 보상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등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다만 정작 유족들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시신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대부분 유족들이 아직 무안국제공항을 지키고 있어서다. 분향소 위치가 사고 장소인 무안공항으로부터 5㎞가량 떨어진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유족 대표인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유가족 대다수는 공항 1층에 분향소를 만들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족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 참여자들도 '공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먼저 간 가족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 '공항을 떠나는 순간 잊힐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군 측은 유족들과 협의해 추후 장소에 대한 논의는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는 이곳 외에도 서울과 세종, 광주 등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정부는 사고 발생 당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7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전날 밝혔다.

무안=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무안=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