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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준비위 공석, 트럼프와 서먹... '대행의 대행' 체제 한국 외교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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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를 맞아 한국 외교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내년 11월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누구 명의로 보내야 할지조차 오리무중이다. 당장 3주 뒤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와는 제대로 된 채널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당초 한덕수 총리가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 훈령에 따라 준비를 총괄하는 건 총리의 몫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그가 27일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되면서 위원장 자리가 비었다. 그렇다고 최상목 대행이 대신하는 건 아직 유권해석이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승계한 것이지 총리 자리를 승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앞서 20일 APEC 특별법이 새로 제정됐는데, 구체적인 법적 검토가 있어야 누가 준비위원장을 맡을지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 이름으로 각국 정상에게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보낼지도 불투명하다. 통상 5, 6월쯤 대통령 명의로 보내지만 앞으로 반년쯤 후에 누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덕수 대행 체제가 불과 2주 만에 무너진 것처럼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가 어떻게 급변할지, 탄핵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권한대행이 초청장을 보낸 선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APEC을 유치한 주체는 한국이고 대통령 개인이 아니기에 정치상황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국내 상황에 주한 외교사절의 활동도 혼선을 빚고 있다. 새로 입국하는 외교사절은 본국에서 가져온 신임장을 주재국(한국) 국가원수가 정식으로 제정하면 완전한 대사 자격을 갖는데, 정부수반이 계속 달라지자 신임장에 적힌 제정 대상과 실제 제정 주체가 서로 달라 문제가 생겼다. 가령 27일 부임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한 권한대행의 이름이 적힌 신임장을 갖고 왔다. 현재 5개국 이상 외교 사절의 신임장이 윤 대통령이나 한 총리 명의로 걸려 있다. 이에 외교부는 초유의 상황임을 감안해 신임장에 적힌 우리 정부수반의 이름과 상관없이 유연성을 발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외교는 국제사회에 '한덕수 대행체제'의 안정성을 설파한 지 2주 만에 '최상목 대행체제'의 당위성을 설득해야 하는 촌극을 빚었다. 외교부는 27일 한 총리 탄핵안 가결 직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통화해 국내 정치적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5일과 19일 당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한 총리가 직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해 대행체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한국 리더십의 변화를 설명하게 된 것이다.
내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와 관계 설정은 최대 난관이다. 트럼프로서는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시한부 권한대행'과 대화할 유인이 크지 않다. 취임식이 코앞인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 내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기만료가 임박한 바이든 정부와의 소통일 뿐이다. 트럼프 측은 아직 한국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대해 별반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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