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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도 세상과 세상,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번역" [번역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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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번역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번역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콘텐츠를 알릴 기회조차 없겠지만 그건 외국어 도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번역을 통해 외국의 문학작품을 읽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번역이 없는 세상을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다만 실상은 그 반대다. 윤석열 정부 들어 도서출판 지원 사업은 폐지되거나 예산이 대폭 축소되고 번역 인력지원 예산도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독서 인구가 급감하면서 번역가들은 생계 문제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번역서가, 그것도 훌륭한 번역서가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고맙기만 하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에 올라온 210여 편의 후보작 중, 올해의 번역서로 10편을 선정했다. 심사기준은 원작의 가치, 번역의 완성도, 번역가의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그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 제목과 역자의 이름을 다시 올려 그 공과 노력을 기려본다.
'감정의 문화정치'를 옮긴 시우(가나다 순)부터, '계급 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의 류희철,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의 고영진·임경화, '비바레리뇽 고원-선함의 뿌리를 찾아서'의 김하현,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의 노승영, '양명평전'의 김태완, '영혼 다시 쓰기'의 최보문, '영화, 소리의 예술'의 이윤영, '옥스퍼드 책의 역사'의 홍정인, '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의 유성환까지.
이 중에서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의 노승영 번역가를 수상자로 정하는 데 거의 이견이 없었다. 탄탄하면서도 우리말처럼 자연스러운 번역이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꾸준히 40권 가까운 과학서를 번역한 뚝심에 모두가 감동했다. 심사위원단을 대신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번역은 세상과 세상,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최전선의 도구다. 이는 어느 인공지능(AI)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이 책의 수상이 번역과 번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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