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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뿌리내렸나 새롭게 각인시켜" [교양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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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란 어떤 책일까. 교양이란 무엇일까. 백과사전 내용을 모두 암기한 사람이 곧 교양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일본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다. "교양은 지식 자체와는 구분되며 교양이 완성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인격이다.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교양이다." 요컨대 교양이란 소통 능력이다. 그렇다면 교양서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의 소통을 돕는 책이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심사는 유독 힘들었다. 이종성의 '야구의 나라', 조형근의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박혁의 '헌법의 순간' 등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이승윤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과 김태호의 '한글과 타자기'도 결정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교양서 부문 심사가 적어도 30분 가까이 전체 심사 시간을 연장시켰다.
결국 '헌법의 순간'을 만장일치 선정하였다. 정상적 헌정을 중단시키려는 불법적 시도가 이뤄진 최근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이 책을 최종 후보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것은 사태 발생 전이었다. 책은 헌법이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어떤 방식으로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새로이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물론 최근 정치적 사건들과 맞물려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으로도 읽힐 수 있다.
'헌법의 순간'은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20일간 제헌국회 회의록을 토대로 헌법을 어떻게 제정했는지 추적한 논픽션이다. 당시 논쟁을 벌였던 나라 이름, 기본권 주체 논쟁, 영토 조항, 남녀동권,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친일파 청산, 고문받지 않을 권리, 정교(政敎) 분리, 노동자의 경영참여권, 대통령제, 국무총리의 역할 등 어느 것 하나 오늘날 우리 정치사회 현실과 무관한 주제가 없다. 요컨대 역사 논픽션이자 헌법 교양서인 이 책은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중요한 문제들을 성찰하게 돕는다. 글말이 아니라 입말로 쓴 이 책은 고교생 독자에게도 권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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