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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삶에 '휘말리는' 태도에서 깊은 울림" [학술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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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오른 총 열 권을 두고 심사위원단은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도 소통할 수 있는 학술서로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먼저 양승훈의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는 5년 전 출간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연장선에서 산업도시 울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주제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니지만, 기존 논의와 흡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한편, 이정우의 '세계 철학사(전 4권)'는 개정판 성격이 강해 이번 심사의 수상 후보에서 제외됐지만, 철학사 연구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됐다.
한모니까의 'DMZ의 역사'는 남북 관계와 접경지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으나, 최근 비무장지대(DMZ)를 둘러싼 사회과학적, 생태적, 인류학적 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김근배·이은경·선유정 공저인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은 과학사와 인물 연구의 조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인물열전식의 편집 방식이 아쉬웠다. 기획한 책들이 모두 출간된 후에 더 깊은 논의와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서보경의 '휘말린 날들'은 학술서로서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대중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서술 방식과 문제의식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특히 연구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루기 힘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라는 주제에 용기 있게 접근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저자는 HIV 감염인들의 삶을 다루면서, 연구 대상과 객관적 거리를 두기보다는 "휘말리는" 태도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개별적인 인간의 삶에 대해 치밀하게 접근한 방식은 감동적이었고, HIV에 대한 열린 태도를 통해 기존의 편견을 넘어서는 사고를 제안했다. 이러한 이유로 '휘말린 날들'은 2024년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임을 확신하며, 이 수상을 계기로 학계와 대중을 잇는 새로운 시도들이 더욱 활발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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