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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백하면 대신 용서해드립니다" 놀이문화가 된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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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방은 주방이다.'
'여자가 낼 수 있는 소리는 설거지할 때 물소리와 서방님 밤일을 돕는 소리뿐이다'
10대 사이에서 퍼진 '계집신조' 중 일부
올해 검거된 불법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합성 이미지) 가해자 10명 중 8명(81.2%·지난 10월 25일 기준)이 10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여서 쉽게 범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청소년들의 왜곡된 성인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이 온라인 등에서 성인들의 부박한 성문화를 그대로 학습한 결과다. 특히, 상대 성(性)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태가 놀이문화처럼 퍼지면서 혐오감정을 키운다.
25일 성교육기관과 젠더 전문가 등에 따르면 1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집신조'라는 글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여자들이 마땅히 따라야 할 행동'이라며 누군가 정리한 글이다. 예컨대 '여자 목소리는 80데시벨(㏈)을 넘겨서는 안 된다'거나 '여자는 남자가 부르면 3초 안에 대답해야 한다', '여자가 입을 수 있는 치마는 앞치마뿐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 등의 혐오표현이 극단 성향의 남초 커뮤니티에서 쓰였는데 이제는 SNS를 타고 퍼지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을 두고 능력이 떨어지는 ‘2등 시민’이라 노골적으로 멸시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하등하다고 주장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걸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익명 공간에서 그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를 장난처럼 치부하는 '고해성사' 계정도 인스타그램이나 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주로 10대들이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나 일탈 사실을 고백하면 운영자가 죄를 용서해주는 식이다. 예컨대 한 청소년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로 "학교 방과후에 여자아이 자리에 앉아 자위행위를 했다"는 글을 보내면 익명의 운영자가 "반성하라"고 장난스럽게 말한 뒤 이 사연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다. 이명희 동서울여성회 사무국장은 "성폭력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놀이문화처럼 변질된 것"이라고 말했다. 혐오가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처럼 꾸며져 유통되는 탓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동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10대 남성 사이에서는 여성의 능력을 폄훼하는 은어들도 흔히 쓰인다. 흔한 여성형 이름인 '혜지'나 '수진이'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남자아이들은 온라인 게임 실력이 부족한 또래를 탓할 때 "너 혜지야?", "수진이니?"라고 비아냥거리는 일이 흔하다. 성인들이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김여사'라고 지칭하는 것과 꼭 닮았다.
10대들의 왜곡된 성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딥페이크 등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해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수법을 찾아 계속 범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안 돼', '하지 마'라고 아이들을 다그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 조사관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잘못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교육이 중요하다"며 이성을 왜 평등한 동료로 바라봐야 하고,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지 이유를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실 있는 성교육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교육 내용이나 강사 등을 두고 민원이 쏟아지는 탓에 일선 학교들은 소극적으로 가르치는 데 그친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성교육 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초중고(1만1,895개고) 중 토론 등 참여형 수업을 하지 않은 곳이 64.6%에 달했다. 교육 효과가 크지 않은 일방적 전달 방식으로 성교육 시간을 때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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